"추사 김정희는 진정한 천재…평생 연구해도 알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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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19 08:25  

"추사 김정희는 진정한 천재…평생 연구해도 알 수 없어"

"추사 김정희는 진정한 천재…평생 연구해도 알 수 없어"

'추사 명품' 펴낸 최완수 소장…45년 연구 집대성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추사는 모사의 천재, 융합의 천재였어요. 글씨를 한 번 보면 정확히 베껴서 썼죠. 나중에는 모든 서체를 다 아우르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결국에는 창조의 길을 모색해서 성공을 거둔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던 18일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만난 최완수(75)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소장은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에 대해 "평생을 매달렸지만, 그래도 예술 세계를 다 알 수 없는 위대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최 소장은 최근 추사의 작품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한 노작 '추사 명품'을 펴냈다. 그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려면 일년 내내 옆에서 종노릇을 해야 하듯, 책 한 권 쓰느라 진이 다 빠졌다"고 털어놨다.

'추사 명품'은 최 소장이 그간의 추사 연구를 집대성한 성과물이다. 편액, 서첩, 회화, 비석 등 8개 분야의 작품 130여 건에 관한 설명을 사진과 함께 실었다.

추사와 최 소장은 고향이 모두 충남 예산이다. 최 소장은 "집에서 보면 삽교천 너머에 김정희 생가가 있었다"며 "동향인 추사의 작품에 매혹된 것이 벌써 45년이나 됐다"고 말했다.

간송미술관에서 1966년부터 일한 최 소장이 추사에게 빠져든 계기는 1972년 개최한 추사 전시였다. 당시 간송미술관은 도록 '간송문화'를 출간하면서 논문을 반드시 싣기로 했었는데, 추사 글씨에 관해 논문을 쓸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 이에 결국 최 소장이 필자로 낙점됐다.

"6개월 동안 부랴부랴 쓰기는 했는데, 추사의 깊은 학문 세계를 건드려야 했으니 반응이 어떨지 조마조마했습니다. 나중에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제가 논문을 썼다는 사실을 알고는 젊다고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사실 최 소장은 추사보다는 겸재(謙齋) 정선(1676∼1759)에 관심이 더 많았다. 1976년 추사가 남긴 글 중 일부를 번역한 '추사집'과 '간송 수장 추사 명품첩'의 해설집을 집필한 뒤에는 겸재의 미술 세계를 파고들었다.

최 소장이 보기에 겸재는 조선 사회와 문화가 중국에서 벗어나 고유의 색채를 띤 '진경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겸재는 우리의 산천을 독자적인 화풍으로 묘사해 조선 문화의 절정기를 이끌었다. '식민사관의 극복'을 일생의 과업으로 삼았던 최 소장에게 겸재는 조선이 정체되고 약한 나라가 아니었음을 미술사적으로 입증해주는 화가였다.

최 소장은 "아무리 좋은 문화라도 수명이 있는데, 진경시대는 250년 정도 지속했다"며 "겸재는 진경시대가 정점이던 시기에 활약했으나, 추사는 진경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문화의 흐름이 시작되던 때에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2009년 세 권짜리 겸재 작품 도록인 '겸재 정선'을 출간하면서 겸재와 관련된 작업을 마무리한 최 소장은 본격적으로 추사 연구에 돌입했다.

추사는 24살에 부친을 따라 청나라에 갔다가 당대 최고의 학자였던 옹방강(翁方綱·1733∼1818), 완원(阮元·1764∼1849)과 만났고 고증학과 금석학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학문과 예술에 두루 능했던 추사는 글씨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중국의 서체를 바로바로 받아들였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추사체를 완성했다.

최 소장은 "추사는 일곱 개 서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 유일한 사람으로, 한 글자에 여러 서체를 적용하기도 했다"며 "추사의 말년 글씨를 보고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추사의 작품에는 오묘한 조화가 깃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책을 쓰기 위해 최 소장은 추사의 삶을 연보 형태로 정리했다. 귀양을 가거나 추국을 당한 날짜를 하나하나 적고, 추사 주변의 인물도 기록해 뒀다. 그는 연보를 바탕으로 추사의 평전을 출간할 계획이다.

"기록들을 엮어내기만 하면 되는데, 기력이 부족해서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죽더라도 제자들이 그 일을 완수할 거예요. 학문하는 사람은 후학들을 편하게 해줘야 합니다. 선배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뿐입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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