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일본 정부가 '도시바 인수'에 뛰어든 이유

입력 2017-04-24 18:57  

[연합시론] 일본 정부가 '도시바 인수'에 뛰어든 이유

(서울=연합뉴스) 세계 유수의 업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도시바 반도체사업부 인수전에 일본 정부가 직접 뛰어들었다. 니혼게이자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첨단 기술의 타국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일본의 관민 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이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공동 인수에 합의하고 자금 분담 비율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컨소시엄은 5월 중순으로 예정된 2차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서는 도시바와 제휴 관계인 미국의 웨스턴디지털(DW)이나 한국의 SK하이닉스가 컨소시엄에 가세할 것이라는 언론보도도 나오고 있다. 때마침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에 건너갔다는 소식이 들린다. 일본 정부 컨소시엄까지 나서 인수전 판도가 크게 흔들린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선 만큼 도시바 반도체사업부는 일본 정부 컨소시엄에 인수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정책투자은행이 최대 1천억엔(1조412억 원), 산업혁신기구가 수천억 엔을 출자한다고 하니 이 컨소시엄의 자금력을 능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까지 큰 공을 들여온 대만의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 등 중국계 기업들은 생각지 못한 복병을 만난 셈이다. 그동안 폭스콘 등은 2조원 내지 3조 원의 대금을 제시하며 강한 인수 의지를 피력해왔으나 좀처럼 협상을 진전시키지 못했다. '기술 유출 우려가 큰 기업은 제외해야 한다'는 일본 정부와 도시바 측의 반대 논리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국 기업이 일궈낸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국가의 중요한 자산으로 여기는 일본 사회의 인식과 문화가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 소식이 더 큰 울림을 주는 이유는 따로 있다. 중국 회사에 넘어가게 된 금호타이어 사례와 너무 많이 비교되기 때문이다. 컨소시엄 구성을 놓고 채권단과 줄다리기를 벌이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최근 우선매수권 행사를 포기했다. 이로써 중국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가 거의 확정됐다. 앞서 이 회사는 채권단으로부터 지분 42.01%를 9천550억 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 더블스타는 트럭 등 특수타이어 전문기업으로 규모에서 금호타이어의 4분의 1도 안 된다. 금호타이어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타이어 생산업체이자 방산업체이다. 물론 기술력도 더블스타보다 훨씬 앞선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컨소시엄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반면 박 회장 측은 채권단의 불허로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없었다.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에 넘어가면 '제2의 쌍용차 사태'가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 자동차그룹은 핵심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기술을 빼돌린 뒤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해 직원 2천646명을 구조조정했다.



국내 2위인 금호타이어는 2009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 2014년 말 졸업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2010년 박 회장 등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했다. 그런데 당시 양측이 맺은 약정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채권단은 우선매수권의 '제3자 양도'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 회장 측은 '채권단의 서면 동의'가 있으면 가능한 것 아니냐며 맞서왔다. 채권단이 박 회장 측에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원칙과 관행에 충실히 따른 결과이다. 하지만 국가 기술 유출과 국내 연관산업 타격 등을 고려해, 좀 더 유연하게 판단할 여지는 없었는지 아쉽다. 많은 여건이 다르겠지만 이번 도시바 사례는 한번 깊숙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금호타이어는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일지 모른다. 하지만 다음번에는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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