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0일] '중국 지렛대'로 북한 압박 극대화

입력 2017-04-25 05:45   수정 2017-04-25 07:04

[트럼프 100일] '중국 지렛대'로 북한 압박 극대화

트럼프 '北 핵·미사일' 문제로 외교·안보 시험대 올라

중국 통한 경제 압박과 군사행동 위협도 병행

中, 대북 태도 변화 가시화…26일 '트럼프표 대북정책' 공개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능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되었다.

대선기간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를 내세운 트럼프 정부의 안보 정책 1순위는 원래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퇴치였다.

그러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까지 닿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계획을 밝히면서 북한 문제가 미국의 최우선 의제로 급부상했다.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만찬을 즐기던 지난 2월 12일 전해진 북한의 미사일 도발 소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을 미국 안보의 '중대 위협'으로 규정하고, 엄청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대북정책을 검토하던 트럼프 정부는 선제타격 등 군사행동은 물론 체제 전복 같은 초강경 방안을 논의 테이블 위에다 올렸다.

이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 정부가 폈던 '전략적 인내' 정책은 일찌감치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오바마 정부 8년 동안 사실상 북한 문제는 방치됐고, 그 틈을 타 북한은 오히려 핵·미사일 능력을 증강했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는 북한의 도발 때마다 나온 유엔 안보리 제재 또한 외교적 쇼에 불과했다.

북한 경제의 생명줄을 쥔 중국의 협조 없이 '구멍 난 그물'을 던져봤자 물고기를 잡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미국 외교사령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달 방한 때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선언하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외교·안보·경제 등 모든 행태의 조치를 모색하고 모든 선택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가 제재를 최고 수준으로 취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해 대북제재 수위를 배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정부가 두 달여 재검토 끝에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를 새 대북 원칙으로 제시하고, 특히 중국을 '지렛대'로 삼은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중국을 압박해서 북한에 대한 경제·정치적 제재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새 대북 구상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공언한 무역 보복이나 환율조작국 지정 같은 대중국 통상 압박까지 유보하며 중국의 협력을 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태도 변화' 지적에 "몹시 나쁜 상황이 닥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중국)을 상대로 강력한 무역 혹은 환율조작 발표를 시작해야 하느냐"고 반문할 만큼 '중국 역할론'에 힘을 실었다.

또한 지난 6~7일 '마라라고 정상회담'을 한 후 지금까지 두 차례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지속적인 독려에 나서고 있다.

특히 북한의 인민군 창건일(25일)을 앞두고 북한의 6차 핵실험 가능성이 고조된 지난 24일 통화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북핵 문제에 긴밀히 대응하기로 재확인하면서 북한을 겨냥해 "중국 측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를 결연히 반대한다"고 압박 수위를 배가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지렛대 전략은 가시적인 중국의 태도 변화도 낳았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뒷문을 열어주곤 했던 중국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중국은 북한산 석탄 반환을 지시하고, 자국 항공사의 북한행 운항을 중단했으며, 북한 관광상품을 없앴다.

이어 북한 경제를 지탱하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석유 공급을 중단하기 위해 송유관을 잠글 수도 있다고 압박 강도를 높였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環求時報)는 사설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외교 경로를 통해 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로, 남북 간 안보 현안이 발생할 때 한·중 관계보다는 북·중 동맹에 더 큰 비중을 둬온 국수주의 성향 매체라는 점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기류가 확연히 달라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매체는 지난 22일 북한에 대한 경고 수위를 더욱 끌어올려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에 대해 외과수술식 타격을 가한다면 외교적으로 억제에 나서겠지만, 군사적으로 개입할 필요는 없다"며 사실상 미국의 선제타격까지 용인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표 대북정책'이 오바마 정부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군사행동 위협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제타격 등 군사적 옵션은 남한의 극심한 인적·경제적 피해 탓에 후순위로 밀려났지만, 시리아·아프가니스탄 공습과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전단 한반도 해역 재배치 등 초고강도 무력시위를 통해 대북 압박의 고삐를 바짝 죄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그러나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강조한다. 북한이 가시적으로 진정성 있는 핵 포기 의사를 밝힌다면,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9일 CBS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바라는 것이지 북한 정권을 교체하려는 목표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26일 백악관에서 상원의원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열고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골자로 한 새 대북정책을 정식으로 공개한다. 미 의회의 초당적 협조를 얻어 앞으로 대북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에서다.


k02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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