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단 1척 "떠다니는 맨션 크루즈"를 아시나요

입력 2017-04-25 10:48  

세계에 단 1척 "떠다니는 맨션 크루즈"를 아시나요

방 하나에 최고 180억원, 가장 싼 30㎡도 17억 원

탑승자 200명에 서비스 직원 270명, 아시아인은 일본인 3커플뿐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분야별로 명품 브랜드가 존재하지만, 호화 크루즈선 분야의 최고봉인 '더 월드'(The World)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겉보기에는 여느 크루즈선과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사정을 알고 보면 보통 사람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기 어렵다.

더 월드는 세계에 단 1척밖에 없는 '맨션 배'다. 비용을 내고 탑승하는 일반 크루즈와는 달리 배 안에 마련돼 있는 방 하나하나를 고급 아파트를 분양하듯 고객들에게 판매한다. 초호화 리조트 맨션을 배 위에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장 싼 30㎡짜리 방 가격이 무려 1억7천만 엔(약 17억4천만 원)이다. 각 방의 소유자들은 주로 미국과 유럽의 부유층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인 3가족만이 이 배에 방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2002년 취항 이래 세계 114개국을 누비고 다녔지만, 일반인은 이 배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우선 회원 수가 매우 적다. 전 세계 최고 부호 140여 가족만이 이 배에 방을 소유하고 있다. 방을 소유한 오너들은 가보기 힘든 전 세계의 모든 비경을 둘러보는 큰 스케일의 여행을 즐긴다.

뭍에서는 짐작조차 해볼 수 없는 선상 생활은 대체 어떨까.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의 24일자 르포기사에 따르면 파나마 선적의 더 월드는 2년 만에 일본에 다시 기항했다. 언뜻 보면 다른 호화 여객선과 다르지 않지만 눈여겨보면 드나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르다.

터미널 주변에는 고급 외제 차가 여기저기 보인다. 엄중한 보안검사를 거쳐 크루즈선에 오르는 사람들은 회원들의 친구들인 것 같다. VIP 같은 풍모의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랜드 피아노가 놓인 고급 호텔 같은 넓은 프런트를 보는 순간 여기가 배 위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미용실과 체육관, 온천, 부티크, 극장이 이어지고 데크에는 거대한 풀장이 있다. 식당과 바에서 한 손에 와인잔을 들고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눈에 띄는 건 다른 크루즈선과 다르지 않다.

안으로 들어가자 호화스런 선내 시설의 전모가 눈에 들어왔다. 각종 야채와 신선한 식재료가 마치 신선식품 시장을 방불케 한다. 쓰키지(築地) 수산시장에서 구입한 갖가지 신선한 생선이 즐비하고 방안에서 파티라도 하는지 식재료를 듬뿍 사들이는 광경도 눈에 띈다. 와인 저장고에는 세계 19개국 1천100 종류 이상의 유명 와인 1만6천 병이 실려있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실내 골프장에는 세계 명문 코스 80개의 가상 플레이를 해볼 수 있다. 프로골퍼가 승선하고 있고 기항지 명문 코스에서 실제로 골프를 즐기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풀 사이즈의 테니스 코트도 갖춰져 있다. 기항지에서 탐험가, 작가, 지역 문화전문가, 외교관, 역사가 등이 승선해 강의를 하므로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데도 부족함이 없다.

배 밖 프로그램으로는 기항지에서의 어드벤처 프로그램이 압권이다. 북극권 빙하 접근, 마다가스카르 앞바다 탐험, 바투아누 화산 같은 비경 방문이 준비돼 있다.

크루즈선은 현재 세계적으로 400척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20만t급 같은 큰 배일수록 대중용이다. 종업원 수가 많아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럭셔리한 크루즈선은 1만~5만t의 소형이다. 이런 크루즈선은 세계적으로 20척 정도다. 더 월드는 그 정점에 자리한다. 총톤수 4만3천500t. 165개의 방이 있으며 현재 방 오너수는 142가족이다. 늘 배에 타고 있는 승객은 150~200명. 종업원이 270명이니 서비스는 맨투맨이 정도가 아니라 극진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가격은 엄청나다. 방 크기는 30~300㎡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가장 많은 100㎡, 130㎡짜리 방은 4억~5억 엔(약 41억~51억 원) 정도다. 가장 비싼 300㎡짜리는 18억 엔(약 184억 원)이라고 한다. 방 가격의 10% 정도를 연간관리비로 내야 한다. 5억엔 짜리 방이라면 연간 5천만 엔(약 5억 원) 정도의 관리비를 내야 하는 셈이다.

일본 총대리점인 인터내셔널 크루즈 마케팅의 나카가와 세쓰코 사장에 따르면 "(방의) 오너가 되려면 최소한 1천만 달러(약 113억 원) 정도의 순 자산"이 있어야 한다. 돈이 있다고 모두 오너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엄격한 심사와 기존 오너 2명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관리비는 주로 연료비로 사용되며 레스토랑과 슈퍼에서 쓰는 연간 약 3만 달러(약 3천400만 원) 상당의 음식요금이 포함돼 있다. 해를 넘겨 이월할 수 없게 돼 있어 고급 와인 등을 소비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오너들은 북미인이 50%, 유럽이 36%이고 나머지는 호주, 뉴질랜드인 등이다. 아시아 출신은 일본인 3커플 뿐이라고 한다. 직업은 경영자, 과학자, 의사 등이 많다. 지적이고 문화적이며 모험여행을 즐기는 게 공통점이다. 평균 연령은 65세다.

더 월드의 오너들은 대개 방을 구매할 때 자기 취향에 맞게 리모델링을 한다. "어느 정도 손을 댔는지가 팔 때의 가격을 좌우한다"고 한다. 2002년 취항 때부터 승선하고 있는 오너는 10명 정도. 평균 6년 정도 보유한 후 판다고 한다.

연중 배위에서 지내는 사람도 있지만, 평균 체재 기간은 연간 약 4개월 정도다. 비어있을 때는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에게 빌려줄 수도 있다.

매년 항로결정은 3년 전에 시작해 선사 측이 7개의 항로 스케줄을 준비한다. 일부 오너들이 참가하는 이사회에서 3개로 압축, 전체 오너의 투표로 그중 하나를 최종항로로 결정한다. 맨션아파트의 주민자치회가 아파트 운영방식을 결정하듯 크루즈선 운영에 관한 모든 사항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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