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원탁의 180분 설전'…떠넘기기·감정싸움은 여전

입력 2017-04-26 01:39   수정 2017-04-26 08:16

대선후보, '원탁의 180분 설전'…떠넘기기·감정싸움은 여전

정책 검증에 비교적 집중…"밤새 해도 됩니까" "집에 갈테니" 농담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서혜림 박수윤 이슬기 기자 = JTBC와 중앙일보, 한국정치학회가 25일 공동주최한 대선후보 TV토론회는 지금까지 치러진 토론회 중 가장 긴 3시간 가까이 진행되며 유권자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앞선 3차례의 토론이 참여정부의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논란, 주적(主敵) 개념 논란 등을 놓고 네거티브 공방전과 색깔론 논쟁으로 흘렀다는 비판이 컸던 만큼 후보들은 이날 비교적 정책 검증에 집중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북핵 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놓고 진보·보수정부 탓으로 돌리는 과거회귀형 공방은 여전했고, 이 과정에서 위험수위를 오가는 감정 섞인 설전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 네거티브 의식해 정책에 비교적 집중 =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달라진 모습은 후보들 간 공방이 비교적 정책적인 면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앞선 토론회에서 사회자가 몇 차례 주의를 줬는데도 형식상으로나마 제시된 주제를 무시한 채 네거티브 공방을 벌어진 데 비판의 목소리가 크자 후보들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1부 토론에서는 '경제불평등 심화와 사회 양극화 해법', '한반도 안보와 국익을 지킬 적임자는'이라는 주제에 맞춰 후보들이 구체적인 수치 등을 제시해 가며 정책역량이 부각될 수 있는 토론이 이뤄졌다.

'MB 아바타 논란' 등 23일 토론회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던 수준의 공방은 최대한 자제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토론이 길어지면서 예민한 주제들이 언급되자 후보들 간 감정 싸움은 이날도 어느 정도 반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문 후보와 유 후보는 안보 관련 이슈를 놓고 민주정부 10년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의 책임론을 언급하는가 하면 홍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640만 달러 뇌물수수 의혹을 꺼내 문 후보와 충돌했다.


◇ 적으로 만난 어제의 '동지'…원탁의 설전 =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날 토론회의 자리배치는 시청자의 이목을 끌 만했다.

다섯 후보가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는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와 마주 보고 앉았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한때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한 지붕 밑에 있었고 홍 후보와 유 후보는 분당 전 새누리당에 함께 몸담은 적 있었다.

공교롭게 같은 당에 몸담았다가 적이 된 사람끼리 마주앉게 된 것이다.

사회자인 손석희 사장의 맞은편에 앉은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손 사장과) 같이 해야 하나 보네요"라고 이야기하자 홍 후보는 "옛날에 통진당이었나보죠"라고 농담했다.

앞선 토론회에서 '돼지 흥분제' 논란을 일으킨 홍 후보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질문하겠다고 한 안 후보로부터 이날 질문을 받은 홍 후보는 "이제 얼굴 보고 얘기합시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 "밤새해도 됩니까" "피곤해서 못하겠다"…3시간 토론 = 이날 토론회는 애초 예상 시간인 170분을 넘겨서 3시간을 꽉 채워 진행됐다.

그러나 특정 후보와 공방이 세게 붙으면 다른 후보에게는 질문만 할 수 있을 뿐 답변을 들을 시간이 남지 않는 등의 맹점이 있었다.

준비한 내용을 다 말하지 못한 게 아쉬웠던 듯 심 후보는 "밤새 해도 됩니까"라고 농담 섞인 제안을 했고, 홍 후보는 "피곤해서 못하겠다. 나는 집에 갈 테니까 알아서 하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회를 본 손 사장은 최대한 개입을 자제하는 분위기였지만 곳곳에서 '타의로' 토론에 끼어드는 상황이 연출됐다. 문 후보는 새로운 내각을 구성할 때의 원칙과 인물을 묻는 말에 "국민추천제를 하고 싶다"며 "손 사장이 높은 점수를 받으시면 (내각 합류를) 사양하지 않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 사장이 웃으면서 "사양하겠다"고 말하자 홍 후보는 "소는 누가 키우냐 그 소리죠"라고 끼어들었다.

2011년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홍 후보가 "혹시 손석희 교수는 출마할 생각 없으세요"라고 묻자 "손 사장이 다 나가면 소는 누가 키우겠습니까"라고 받아친 부분을 언급한 것이다.

이와 함께 토론 주최 측은 대선후보들의 토론이 진행되며 나오는 발언 중 진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은 SNS를 통해 '팩트체크'에 들어갔다.

유 후보가 문 후보의 '공공일자리 81만개' 공약을 비판할 때 "17만4천명 공무원에 9급 초봉을 줘도 1년에 4조5천억원이 든다"고 하자 팩트체크팀은 "지난해 9급 공무원 초봉 2천59만원에 17만4천명을 곱하면 3조5천억여원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유 후보 측은 팩트체크팀에 제기한 반론을 통해 "9급 공무원 초봉에 각종 수당을 합치면 중소기업 정규직 초임인 2천500만원 수준이 된다"고 지적했다.

당선 시 내각을 같이 할 후보들을 말해 달라는 물음에 심 후보가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 등을 언급하자 홍 후보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이야기한 대목과 관련해서도 팩트체크가 이뤄졌다.

선관위는 팩트체크팀을 통해 "토론 도중 대선후보가 단순히 내각 구성 시 (함께 할) 인물의 구체적 실명을 언급하는 것만으로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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