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에 반한 대한민국]③ 슬로시티 철학 이해와 인식전환 시급

입력 2017-04-30 07:38  

[느림에 반한 대한민국]③ 슬로시티 철학 이해와 인식전환 시급

행정·주민 활발한 협의 필요, 상업화 차단 자산보존 노력 절실

(전국종합=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슬로시티 열풍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느림의 문화'에 눈뜨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슬로시티 운동을 왜 하느냐'며 묻는다면 당신은 뭐라고 답할 건가.

정답은 아니지만 대체로 "좀 더 여유를 갖고 자연의 이치에 따라 전통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답을 내놓을 것이다.


슬로시티는 이처럼 사람 중심의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1999년 시작됐다.

슬로시티는 단순히 '속도 숭배(崇拜)'를 '느림 숭배'로 대체하자는 운동이 아니다.

첨단과 전통을 융합하고 '유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을 만들자는 깊은 뜻을 담고 있다.

국제슬로시티운동이 출범한 이래 30개국 225개 도시로 확대됐고 한국도 11개 슬로시티가 가입돼 있다.

슬로시티 지정으로 관광객이 몰려 지역민의 삶이 풍족해지고 지역 전체가 관광 브랜드화(化)하는 효과도 얻었다.

반면 부작용도 뒤따랐다.

슬로시티가 상업화에 이용되는 등 단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한탄도 나온다.

최근 5년 사이 일부 지자체가 슬로시티 재인증 심사에서 탈락하고 보류된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슬로시티연맹 한국슬로시티본부는 슬로시티에 대한 인식 부재가 이같은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장희정 한국슬로시티본부 사무총장은 "과거 한 도시는 슬로시티를 국가보조금을 받거나 국책사업을 따내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며 "슬로시티 로고(달팽이가 마을을 이고 가는 모양)를 특정 상품에 박아 상업적으로 이용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정 지역의 아름다운 경관을 100년 뒤에도 보고 싶은 마음에 슬로시티 인증을 해줬는데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숙박시설이 난립하는 등 지역민의 소득 증대에만 혈안이 되는 사례가 많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슬로시티의 기본철학을 이해하고 시민 주도로 운동을 이끌어야 한다는 인식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슬로시티의 개념을 제대로 인식하고 '주민 공동체 운동'으로 승화해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사무총장은 "슬로시티가 도입된 지 만 10년밖에 되지 않았다. 지역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기에 짧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슬로시티는 주민 삶의 질을 풍요롭게 만드는 매개체가 돼야 한다. 몰리는 관광객 탓에 주민의 피로도가 배가되는 것은 슬로시티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자체장이 바뀌면서 슬로시티 운동이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민 주도로 운동을 이끌어 스스로 삶의 만족도를 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석현 전주시 관광산업과 슬로시티 담당 팀장은 "전주시도 한옥마을 관광객 1천만 시대를 맞아 상업화 문제, 전통가치 훼손 등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면서 "먹방 문화에 길들여지는 한옥마을을 진정예술문화체험 공간으로 바꿔 나가는데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를 위해서는 시 행정과 주민협의체 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고 슬로시티의 가치와 철학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상업화로부터 우리의 전통자산을 지켜내기 위한 보존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d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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