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매력' 소래·북성포구의 정취 영영 사라지나

입력 2017-04-30 07:30  

'인천의 매력' 소래·북성포구의 정취 영영 사라지나

개발 광풍에 좌판·갯벌 사라질 위기…'관광자산 보호해야'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50년간 가꾸고 지켜온 자리인데…. 죽으면 여기서 죽고 싶어."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에서 가장 오랜 세월 장사를 해 온 김복실(81) 할머니는 불편한 허리에도 좌판상점 '해주상회'를 매일 지킨다.

좌판을 다 채우지 못한 참조기 40여 마리 뒤에 앉아 손님이 오길 기다린다. 장사는 시원치 않지만 쉬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는 30일 "수십 년 전 이곳은 어선이 들어오는 날 큰 장이 열려 손님이 몰리는 등 장관을 이루는 명소였다"며 "상인들이 먹고사는 터로 보존해주지 못할망정 화재 우려로 모두 없애겠다니 하늘이 울 일"이라고 한탄했다.

지난달 18일 소래포구 어시장에는 화재가 발생해 좌판 244개, 점포 15곳, 기타시설 9곳이 타는 등 소방서 추산 총 6억5천만원 재산피해가 났다.

관할 남동구는 어시장에 크고 작은 화재 피해가 잇따르자 근본적인 대책으로 모든 좌판상점을 철거하고 인접 지역에 건물을 세워 상인들을 입주시키는 '어시장 현대화사업(2020년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인 소래포구에 이용료를 내고 좌판상점을 운영해 온 상인들은 화재 피해에 원산지 조작과 불량 수산물 판매 등의 비난 여론까지 일자 쉽사리 남동구 계획에 반대 의사를 표출하지 못한다.

소래포구 어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화재를 예방하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좌판을 철거해 소래포구의 정취를 없애는 것은 인천의 관광자산을 버리는 일"이라며 "당장의 피해에 대응하기보다 소래포구라는 자산을 지키려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래포구는 수도권 대표 재래어항으로 연평균 1천500만 명이 찾는 인천의 대표 명소다.

1930년대 일제가 천일염(天日鹽)을 강제로 빼앗기 위해 이곳에 염전을 만들어 소금과 인부를 실어나르는 배가 들어서면서 포구가 형성됐다.

세월이 흘러 1960년대에 실향민들이 자리를 잡고 근해에서 잡은 새우를 팔면서 어시장이 형성돼 꽃게와 젓갈 등 싱싱한 수산물로 명성을 얻었다.

현재 소래포구 어시장에는 총 332곳의 좌판과 상점 41곳이 있으며 수산물 판매장 50곳, 젓갈 상점 27곳, 음식점 50곳, 노점 30곳이 입주해 있다.

바다와 수산물이 어우러진 정취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소래포구는 그러나 고유의 정취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인천의 유일한 갯벌 포구인 중구 북성 포구도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채 흔적만으로 옛 명성을 유지해 고유의 정취를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북성 포구는 1970∼80년대 만석·화수부두와 함께 인천의 대표어항으로 불렸다.

인천 앞바다에서 잡은 새우, 조기, 광어 등이 어선 위에서 거래되는 '선상 파시(波市)'가 형성돼 북적였지만 비좁고 낡은 시설과 인근 인천 종합어시장 등으로 발길이 옮겨가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현재 매일 2∼3척의 소형 어선이 들어오는 북성 포구에는 포구 형성 초기부터 자리한 횟집 6곳(무허가)만이 옛 명성을 대신하고 있다. 낙조가 아름다워 사진가들의 명소가 됐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노후한 환경을 개선하고 악취 민원을 해결하고자 북성 포구 일대 7만여㎡를 매립해 준설토 투기장(항로 수심 유지를 위해 갯벌과 모래를 퍼내 매립하는 곳)을 조성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가 끝나는 대로 올해 하순께 착공해 2020년께 준공할 계획이다.

인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인천에는 호구포와 제물포 등 수많은 포구가 있었지만, 개발과 함께 모두 사라져 지명으로 흔적만 남았다"며 "역사·문화·자연적 가치가 높은 포구를 보존하면서 개발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tomato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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