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레베헤·크레머 등 내한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올해 칠순을 맞은 음악 거장들이 잇따라 한국 무대를 찾는다.
이들 신체에는 세월이 깃들었음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음악에는 풍부한 연륜과 경험, 헌신이 가득 배어 객석에 큰 감동을 안긴다.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는 오는 5월 31일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자신이 이끌고 있는 악단 '크레메라타 발티카'를 이끌고 한국을 찾는다.
크레메라타 발티카 창단 20주년 및 1947년생인 기돈 크레머의 70세 생일을 기념하는 월드 투어의 일환이다.
크레머는 1967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3위, 1969년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 및 몬트리올 콩쿠르 2위, 1970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금메달 등 연주자로서도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지만, 현재 그를 '콩쿠르 우승자' 정도로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다.
크레머는 연주자로서 세계적인 주목을 바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일생을 새로운 곡을 발굴해 소개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고전과 현대음악을 넘나드는 폭넓은 레퍼토리와 독창적인 공연은 늘 클래식계의 '사건'이었다. 그가 무엇을 연주했는지, 어떤 해석을 보였는지에 클래식계 눈과 귀가 쏠렸다.
1996년 발표한 음반 '피아졸라 예찬'이 대표적인 예다. 아르헨티나의 탱고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1921~1992)의 곡을 바이올린으로 담아낸 이 앨범 발매 이후 전 세계에 탱고 열풍이 불었다.
거장의 이번 내한 프로그램도 개성이 넘친다.
1부에서는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과 동시대 작곡가인 필립 글래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을 나란히 배치해 수백년의 시간 차이를 넘나든다.
티켓 가격은 4만~20만원. ☎1577-5266
고(古)음악 거장 필립 헤레베헤도 1947년생으로 올해 칠순이다.
헤레베헤는 오는 6월 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그가 창단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 연주회를 연다.
벨기에의 작은 도시 겐트에서 태어난 헤레베헤는 정신과 의사로 일하다가 지휘자로 전향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헤레베헤는 1970년 원전연주 전문 앙상블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를 창단한 이래 지금까지 고음악 레퍼토리 발굴과 연주에 헌신해왔다.
헤레베헤의 연주는 형식 면에서는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내용 면에서는 작품이 가진 서정성과 영적인 성격을 탁월하게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뉴욕타임스는 "헤레베헤의 연주는 논리적이고 응집력이 강하다. 작품에 흡사 진단을 내리는 듯한 통찰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70세 생일을 맞아 베토벤 프로그램을 들고 나왔다.
베토벤 서거 19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기도 한 프로그램으로 교향곡 5번과 7번을 선보인다.
티켓 가격 4만~18만원. ☎1577~5266
이 밖에도 올해 70대 거장들의 연주가 줄 잇고 있다.
'러시아 피아니즘' 여제로 불리는 엘리소 비르살라제(75)는 지난 2월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첫 내한 공연에서 비교 불가능한 존재감으로 무대를 압도했다.
슈만에서 슈베르트, 프로코피예프, 리스트에 이르기까지 2시간에 달하는 프로그램도 70대 피아니스트의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정력적이었다.
'세계 3대 테너' 중 한 명인 호세 카레라스(71)도 지난 3월 마지막 내한 공연을 열어 객석에 감동을 줬다.
그의 전성기 때의 빛나는 고음과 풍부한 성량을 감상할 수 있는 무대는 아니었지만, 객석에 대한 배려, 풍부한 연륜, 드라마틱한 감정 표현으로 관객을 전원 기립시켰다.
음악 평론가 최은규 씨는 "나이가 많은 거장들의 경우 신체적인 테크닉은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전성기 때보다도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곤 한다"며 "평생을 음악에 헌신한 도인 같은 모습으로 청중에게 감동을 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음악 칼럼니스트 박제성 씨도 "70대 연주자들의 경우 최소 50년 이상은 무대에서 검증을 받은 음악가들"이라며 "젊은 스타 음악가들의 무대와는 또 다른 깊고 초월적인 음악 세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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