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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절반의 성공' TV토론, 다음엔 고쳐서 하자

입력 2017-05-02 20:05  

[연합시론] '절반의 성공' TV토론, 다음엔 고쳐서 하자

(서울=연합뉴스) 조기 대선을 달군 대선후보 합동 TV 토론회가 2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 주최 3차 토론회를 끝으로 열전의 막을 내렸다. 지상파 방송사 두 곳과 종편 방송사 한 곳이 기자협회, 정치학회 등과 공동 주최한 세 차례까지 치면 짧은 선거기간인데도 모두 6차례의 토론회가 열렸다. 2012년 18대 대선 때와 비교하면 일단 횟수에서 두 배가 된 것이다. 양적인 팽창보다 더 많이 주목받은 부분이 질적인 변화였다. 특히 대본 없는 '스탠딩 방식'의 채택이 허울뿐이라는 일부 반론에도 불구하고 토론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과거에도 대선 TV 토론회는 열렸지만 이번만큼 뜨겁지는 않았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진검 승부'라기보다 각본에 따라 흉내만 내는 '목검 시범'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18대 때 토론회도 매한가지였다. 사회자의 공통질문에 각 후보가 준비한 원고를 읽었고, 상호토론은 형식적 제한이 너무 많았다. 이런 토론회가 유권자의 '알 권리' 충족에 도움이 되지 않았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번 19대 대선 토론회는 케케묵은 '보여주기식' 토론의 구각을 깼다는 점에서 일단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르기는 어렵다. 처음 하는 스탠딩 토론이다 보니 토론회 구성과 후보별 시간 배분 등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사회자의 개입을 최소화한 2차 토론회가 특히 그랬다. 후보들 사이에 난상토론이 벌어진 것까진 좋았는데 지지율 1위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한테 질문이 너무 많이 몰렸다. 답변에 시간을 다 뺏긴 문 후보는 다른 후보한테 질문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 지지율 선두인 후보가 이렇게 역차별을 당한다면 대선 토론회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후보 간 공평성이 심각히 훼손되는 것이다. 일각에선 양자 또는 삼자 대결에 적합한 스탠딩 토론을 다섯 후보에게 적용하다 보니 중구난방식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보들의 토론 방식과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얘기지만 정책 검증보다 의혹 들추기 등 네거티브 공방에 몰두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토론의 수준과 언어의 품격도 대통령 후보들이라고 하기엔 기대 이하였다. 예컨대 공약의 맹점을 파고드는 상대 후보를 아랫사람 대하듯 조롱하고, 난처한 질문이 나오면 엉뚱한 답변이나 황당한 반문으로 초점을 흐리게 하고, 객관적으로 우월한 상대의 전문성을 막무가내로 무시하고,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상대의 논리를 흐트러뜨리는 장면은 지켜보는 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심지어 격론이 벌어진 후 팩트체크 결과를 제시해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며 잡아떼는 후보도 있었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후보가 이런 식이니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시정의 '떼법' 맹신을 나무라기도 어렵다.



그래도 토론회 고득점자를 꼽자면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아닐까 싶다. 심 후보는 토론회 덕을 톡톡히 봤다. 낮은 한 자릿수였던 지지율이 최근엔 근 10% 선까지 올랐다. 반면 유 후보는 토론회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게다가 자당 의원 십수 명의 자유한국당 엑소더스로 근근이 버텨온 선거 동력마저 고갈될 처지가 됐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급부상은 대조적이다. 홍 후보는 자서전의 '돼지 흥분제' 일화와 '여성 설거지' 발언으로 잇달아 설화를 자초했다. 하지만 토론회를 거치면서 '시원하게 할 말을 하는' 강한 후보의 이미지를 보수층에 각인한 듯하다. 선거 1주일 전 한 여론조사에 홍 후보는 21.2%의 지지율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19.4%)를 누르고 2위에 올랐다. 이 추세가 굳어지면 이른바 '실버 크로스'(2∼3위 후보 간 지지율 역전)가 발생한 것이다. TV토론에 관한 한 홍 후보의 대척점에 안 후보가 있다. TV 토론회를 거듭하면서 안 후보는 지지율 급락의 쓰라린 경험을 했다.



이번 19대 대선를 시발점으로 후보 TV토론은 승패를 가름할 결정적 변수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실제로 근 3주간 여섯 차례 TV토론을 진행하면서 2위 이하의 후보들 사이에의미 있는 지지율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분명한 한계와 의문점도 남겼다. 우리는 왜 미국식 양자 토론을 하면 안 될까 하는 것도 그런 의문점 중 하나다. 미국식 후보 토론을 이번만큼만 하면 유권자들이 후보의 면면을 잘 몰라서 그릇된 선택을 하는 폐단은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선거관리 당국은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해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TV토론에 나설 수 있는 후보의 자격 조건을 좀 더 현실적으로 구체화해 다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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