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과제](27)구중궁궐을 웨스트윙으로…참모들과 거리 줄여라

입력 2017-05-05 07:45  

[새 정부 과제](27)구중궁궐을 웨스트윙으로…참모들과 거리 줄여라

본관서 비서동까지 500m·도보로 10분 거리…자전거 타고 이동하기도

대선 후보들도 구조변경 공약…핵심은 대통령 소통의지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구중궁궐 청와대를 한국의 웨스트윙으로."

구중궁궐은 권위주의 시대 만들어진 불통의 청와대를 상징하는 말로 이를 미국 백악관의 웨스트윙(West wing)처럼 소통과 효율의 업무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계속된 이야기다.

선거운동 기간 국민과의 활발한 소통을 약속한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면 불통의 대명사가 되는 역사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청와대의 역할과 기능 재편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진 만큼 폐쇄적인 청와대 업무공간 구조를 시대 흐름에 걸맞게 탈바꿈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청와대 구조 변경이 '열린 국정'을 온전히 담보해주는 것은 아닌 만큼 차기 대통령의 소통 의지가 문제 해결의 본질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 본관서 비서동까지 500m…"자전거 타고 가기도" =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로 1번지에 자리 잡은 청와대는 본관과 관저, 비서동인 위민관, 영빈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통령이 근무하는 본관은 2층 건물로 1층에는 국무회의가 열리는 세종실을 비롯해 충무실, 인왕실 등의 회의 공간이 위치해 있다. 2층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접견실, 수석비서관 회의 등이 열리는 집현실, 정상회담 및 당 지도부 회동 등에 사용되는 백악실이 있다.

이 외에 부속실과 의전비서관실 등이 있기는 하지만 본관 전체가 대통령 1인 사무실처럼 돼 있다.

청와대의 권위주의적인 구조는 집무실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집무실 문에서 대통령이 앉은 책상까지 15m 거리인 데다 천장 높이도 3m 정도로 높아 보고를 위해 들어가면 공간에 압도된다는 게 전직 청와대 참모들의 전언이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취임 후 처음으로 집무실을 보고 "테니스를 쳐도 되겠구먼"이라고 말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청와대 본관에 도착해 수행 비서에게 "사무실에 어떻게 가노"라고 물었다고 한다.

청와대 본관에서 500m 떨어진 위민관의 사정은 정반대다. 3개의 건물로 이뤄진 위민관에는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가안보실장, 수석비서관과 직원 등 400명 정도가 '콩나물 시루'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위민관에서 본관으로 이동하는 데는 차를 타고 이동하면 5분 정도, 걸어서 이동하면 10분 정도 걸린다. 비서관 이하는 전용차량이 없는 데다 차량을 호출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보고서를 들고 뛰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갔다"(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는 증언까지 나오기도 했다.

게다가 위민관과 본관 사이에는 출입문이 있고 본관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서도 경호를 위한 신원확인 절차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수시 대면 보고는 어렵게 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위민관에도 대통령 집무실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이 위민관 집무실을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미국 백악관은 대통령 집무실 옆이 비서실장 방 = 청와대의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공간 구조는 다른 선진국의 대통령 집무공간과 크게 대비된다.

가령 미국의 백악관은 웨스트윙, 관저, 영부인 집무실과 각종 사교 공간이 있는 이스트윙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웨스트윙에는 대통령 집무실을 기준으로 부통령실, 선임고문실, 비서실장실, 국가안보보좌관실, 대변인실 등이 위치해 있다.

영국의 총리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는 건물 주소 자체가 총리실을 상징하는 고유명사처럼 됐다.

건물 맨 위층인 3층에는 총리 관저가 있고 2층에는 국무회의장이 있다. 비서실장도 이 건물에서 근무한다. 바로 옆 건물인 11번지에는 재무장관의 집무실 겸 관저가 있고, 두 건물은 서로 연결돼 있다. 9번지에는 집권당 원내대표 집무실이 있다.

일본 역시 총리 관저에 관방장관, 관방부장관, 비서관실이 함께 배치돼 있다. 이 주변에는 재무성, 외무성 등 각 부처가 밀집해 있다. 의회까지도 걸어서 5분 거리다.

프랑스의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장실, 각 수석보좌진의 사무실이 한 공간에 배치돼 있고, 독일 역시 8층짜리 총리실에 집무실과 비서실장실, 회의장 등이 들어서 있어 소통에 방점을 뒀다.

◇ '광화문 청와대' 공약까지…핵심은 대통령 소통의지 = 이번 대선에 출마한 주요 대선후보들은 청와대 구조 변경에 대해 공약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경우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기고 웨스트윙과 같은 소통 구조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청와대 혁신을 통해 작은 청와대를 구현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 사무실을 한 건물에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 중 가장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은 문 후보의 경우 경호 문제와 이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 증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청와대 안팎에서 나온다.

국가 최고지도자인 만큼 안전도 국가적으로 중요한데 유동인구가 많은 광화문에서는 경호조치가 쉽지 않은 데다 경호로 인한 교통 통제 등도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 소통 문제의 본질은 대통령의 의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청와대 공간 구조보다는 대통령의 소통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sol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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