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거마 다단계' 망령…200여명 합숙시키며 14억 뜯어

입력 2017-05-04 12:00  

되살아난 '거마 다단계' 망령…200여명 합숙시키며 14억 뜯어

합숙과 대출 강요하며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 7개월간 강매

10평 남짓 반지하에서 강제합숙…대표는 외제차 끌며 호화생활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2011년 송파구 거여·마천동 일대에서 대학생을 상대로 불법 다단계를 했던 조직의 상위 간부가 5년 만에 다시 강남구 역삼동 일대에 같은 조직을 꾸려 불법 다단계 사업을 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 조직의 고문 정모(30)씨와 이사 김모(30·여)씨를 범죄단체조직, 사기,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하고 관계자 3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강남구 역삼동에 불법 다단계 업체를 설립하고, 서초구 서초동·양재동 등 19곳에 합숙소를 마련해 강제 합숙시키며 209명으로부터 14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전부 20대 초반으로 대학생이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접근해 쇼핑몰 등 일자리를 소개해줄 테니 일단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라는 식으로 꼬드겼다.

일단 만나는 데 성공하면 3인 1조로 팀을 꾸려 피해자를 만나러 갔다. 그 자리에서 소개해 주려 했던 일자리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며 '네트워크 마케팅'을 함께 하자고 했다.

물건을 판매하려면 직접 써봐야 한다는 논리로 피해자들에게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구매하도록 했다. 돈이 없다고 하면 제2금융권에 연결해 대출까지 받도록 했다.

1천500만원을 대출받으면 거기서 1천만원으로 물건을 사게 했으며, 200만원은 5개월 치 합숙비 명목으로 받아갔다. 나머지 300만원은 용돈으로 쓰라며 '선심'을 쓰기도 했다.

물건을 팔 때도 덤터기를 씌우는 게 일수였다. 시중에서 7만5천원에 판매하는 화장품을 57만7천500원에 사도록 했으며, 4만4천원짜리 건강기능식품은 29만원으로 둔갑했다.

조직의 계급은 '신입→선배→오너 또는 대선배→이사→고문'으로 이어지는 구조였으며, 정씨와 김씨 등 이사 3명은 모두 2011년 '거마(거여·마천동)대학생'이라는 슬픈 신조어를 만든 불법 다단계 조직에서 고위 간부로 일했다.


정씨는 당시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김씨 등 나머지는 처벌받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를 설립할 때 정씨가 아닌 김씨의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했으며 나머지 두 이사가 각각 전무와 상무로 이름을 올렸다.

이사에게는 관리하는 조직 규모에 따라 매출의 평균 16%를 수당으로 지급했다. 김씨는 8개월간 수당으로 1억원, 다른 이사 김모(28·여)씨와 최모(29·여)씨는 각각 7천만원과 4천만원을 받았다.

오너 또는 대선배는 합숙소를 관리하며 영업교육을 하고 상담과 대출 등 실무를 담당했으며 매출의 5.5%를 받아갔다. 나머지 선배와 신입 손에는 들어오는 돈이 없었지만, 신입을 많이 데려오면 승진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하다.

피해자들이 머문 숙소는 다세대주택 반지하 방이었다. 10평 남짓한 크기였으며 한 숙소에는 동성으로 10여명이 함께 머물렀다. 식사는 장을 봐와서 직접 만들어 먹거나 편의점 등에서 끼니를 때우는 식으로 해결했다.

좁은 공간에서 열악한 생활을 해야 했던 피해자들과 달리 정씨는 역삼동에 있는 고급 아파트에서 살고 외제 차를 끄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명품을 좋아했으며 고급 술집에 즐겨 다녔다고 한다.

경찰은 피해자 중 일부가 불법감금 중이라고 가족에게 알려 부모 등이 경찰에 6차례 신고하면서 올해 2월부터 내사에 착수해 3개월 만에 불법 다단계 일당을 검거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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