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前국방장관, 한국전 파병 관철 뒤 총 들고 직접 참전"

입력 2017-05-05 06:00  

"벨기에 前국방장관, 한국전 파병 관철 뒤 총 들고 직접 참전"

벨기에 참전 결정 과정에 모로 드 믈랑 당시 장관 큰 역할

2차대전 땐 전쟁포로 생활 겪어…"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유럽 한 나라의 국방부 장관이 한국 파병을 강력히 주장해 이를 관철한 데 이어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직접 총을 들고 한국전에 참전했던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벨기에 국방부 장관을 지낸 앙리 모로 드 믈랑(Henry Moreau de Melen).


김형진 주(駐) 벨기에·유럽연합(EU) 대사는 4일 낮 브뤼셀 외곽의 대사관저에서 벨기에·룩셈부르크에 거주하는 한국전 참전용사 부부와 유족 등 100여 명을 초청한 가운데 개최한 '한국전 참전용사 위로행사'에서 모르 드 믈랑 전 장관에 대해 소개했다.

김 대사는 이날 행사에서 16개 참전국의 지원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16개 참전국을 일일이 거론한 뒤 "벨기에는 한국전 발발 당시 2차 대전의 폐허에서 한참 복구하고 있던 와중이라는 점에서 벨기에의 참전은 매우 특이했다"고 운을 뗐다.

벨기에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머나먼 이국땅에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나서게 된 배경에는 당시 모로 드 믈랑 국방부 장관의 역할이 컸다는 게 김 대사의 설명이다.

김 대사는 "당시 모로 드 믈랑 국방부 장관이 한국에 군대를 보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면서 "그는 집요했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국방부 장관에서 물러난 뒤 소령으로 군대에 복귀해 본인이 직접 한국전쟁에 참여했다"고 김 대사는 소개했다.

1902년 벨기에의 리에주에서 태어난 모로 드 믈랑 전 장관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고향에서 변호사로 활동했고, 1940년 2차대전이 발발하자 벨기에 육군에 징집돼 참전했다가 독일군에게 생포돼 1945년까지 전쟁포로 생활을 겪기도 했다.

그는 2차 대전이 끝난 다음 해인 1946년 리에주에서 기독사회당 소속으로 상원의원에 당선돼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으며 1948~1949년까지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고, 이어 1950년 6월 8일부터 8월 16일까지 70일간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국방부 장관이 된 뒤 17일 만에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벨기에의 한국전 참전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그해 7월 22일 1개 보병대대를 파병하기로 하는 것을 관철했다.

그러나 왕정주의자였던 그는 독일 나치에 의해 폐위됐던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3세에 대해 정치권이 그의 2차 대전 당시 행적을 지적하며 왕위 자격을 문제 삼자 이에 환멸을 느껴 그해 8월 국방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한국 파병을 위해 창설된 '벨기에 유엔군사령부(BELGIUM UNITED NATIONS COMMAND)'에 재입대했다.


국방부 장관으로서 그가 남긴 가장 큰 족적은 한국전 참전 결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써 그는 벨기에군을 지휘하던 국방부 장관에서 현역 소령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더욱이 그는 '벨기에 유엔군사령부'의 부대장도 아닌 '넘버2'로서 한국전에 참전했다.

당시 벨기에군은 1950년 12월 8일에 출항, 1951년 1월 31일 부산항에 도착한 뒤 그해 3월 6일 수원으로 이동해 미 제3사단 예하 영국 제29보병여단에 배속돼 임진강 전투, 학당리 전투, 자골 전투 등에 참가했다.

5차례에 걸쳐 모두 3천498명이 파병된 벨기에는 한국전쟁에서 106명이 전사하고 350명이 부상하는 등 그 희생을 치렀다.

모로 드 믈랑은 중령으로 진급한 뒤 한국에서 귀국해 다시 정치권에 투신했고, 1968년까지 리에주에서 상원의원을 지냈다.

또 1968년에 공로를 인정받아 '남작' 작위를 받았으며 지난 1992년 숨을 거뒀다.

행사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모로 드 믈랑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으로, 진정한 자유 수호자"라고 말했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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