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금감원 서류 내밀자 의심 눈 녹듯 사라져…"누구나 당할 수 있다"
(대구=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대구에 사는 간호사 A(29·여)씨는 지난달 10일 오후 5시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금융계좌가 사기범죄에 이용됐다'는 말에 전형적인 보이스피싱이라고 직감했지만 '돈을 찾아서 금융감독원 직원을 직접 만나라'고 하자 판단력이 흐려졌다.
만나서 얼굴을 보고 상담하라는 말을 듣자 보이스피싱에 대한 의심이 옅어졌다.
뭔가 심각한 사건에 휘말린 게 아니냐는 불안감까지 밀려왔다.
언론에서 보이스피싱 기사를 볼 때면 '어떻게 저런 얘기에 쉽게 넘어갈까'라며 노인들에 국한된 일이라고 치부하던 그였다.
2시간 뒤 A씨는 대구 한 지하철역 입구에서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밝힌 B(32·여)씨에게 현금 4천만원을 건넸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신고를 받고 B씨와 중국 총책에게 돈을 송금한 공범 2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지만, A씨 돈은 찾을 수 없었다.
B씨 등은 3월부터 최근까지 전국을 돌며 7명을 상대로 1억6천878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결과 피해자 대부분은 20∼30대 직장여성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은 정장 차림 여성이 눈앞에 가짜 금융감독원 서류를 들이대자 경계의 끈을 늦췄고 "범죄와 관련이 없으면 돈을 돌려줄 테니 안심하라"고 하자 쉽게 거금을 넘겨줬다.
경찰은 보이스피싱이 노인 상대 범죄라는 인식이 만연하지만, 누구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 또는 법률 지식을 가진 젊은 직장여성들이 보이스피싱에 어이없이 넘어간 이유에 대해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피해사례가 너무 많아서 이유를 꼭 집어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김동현 대구 남부서 지능팀장은 "주변에 흔한 20∼30대 직장여성조차 보이스피싱 범죄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며 "실제 똑같은 상황을 겪으면 누구든 사기피해를 볼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psyk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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