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당선] 국민 '눈높이' 높인 복지공약…재원이 문제다

입력 2017-05-10 00:35   수정 2017-05-10 21:57

[문재인 당선] 국민 '눈높이' 높인 복지공약…재원이 문제다

기초연금 등에 연간 24조 투입 약속…"재정 개혁해 재원조달"

재원 확보 계획 '미흡' 지적…"복지세 부과 등 증세 논의 시작해야"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새로 출범하는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정부'를 목표로 저출산·고령화, 빈곤, 보육, 교육, 의료 분야에서 더욱 강화된 복지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부의 복지공약은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과감한 재정 투입을 약속하는 등 복지 국가로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재정 소요액과 조달 방안이 명확하지 않아 구체적인 복지 정책 설계는 숙제로 남았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집을 보면, 대선 공약에 필요한 재정은 5년간 총 178조원, 연평균 35조6천억원이다. 이 가운데 복지 관련 지출은 24조3천억원으로 연평균 소요액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한다.

항목 중 예산 규모가 가장 큰 것은 '기초연금 인상'이다.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로 두고 내년에 지급액을 25만원으로 올린 뒤 2021년 30만원으로 다시 올리면 지금보다 연평균 4조4천억원이 더 든다.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0∼5세 어린이 양육자에게 매달 10만원을 주는 '아동수당' 공약에는 연평균 2조6천억원이 들어간다.

'누리과정 예산 정부 부담'에 연평균 2조1천억원, '고교 무상교육'에 1조원, '대학생 반값 등록금'에 1조2천억원이 투입돼야 한다.

'육아휴직 확대'에는 4천600억원, '노인일자리 임금 2배 인상'에는 8천억원, '청년구직 촉진수당 도입'에는 5천4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이들 핵심 공약에 대해서는 소요액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그 외 복지공약의 경우 항목별이 아닌 분야별로 소요액을 합산해 제시한 상태다.

저출산·고령화 극복, 주거복지, 사회안전망 강화 등에 총 18조7천억원, 교육비 지원에 총 5조6천억원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정리했는데, 개별 공약의 실체를 검증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해 10조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공약은 재원 추계에서 아예 빠졌고, 치매안심병원 설립 등 노인 건강관리 공약도 일반 회계에서 예산을 조정하겠다고만 언급했다.

선대위는 공약 실현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축인 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 연평균 소요액 35조6천억원 중 22조4천억원을 방산비리·최순실·해외자원개발 관련 예산을 솎아내는 등 재정 지출 개혁으로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올해 정부 예산에서 순재량 지출이 141조5천억원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22조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정치권에서 언급하기 꺼리는 증세와 관련해서는, 추가 세입 목표를 연평균 6조3천억원으로 제시했으나 세목별 인상 목표치는 밝히지 않은 상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새 정부의 공약에 대해 "한국사회 복지 정책의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제시했고 누구에게 어떤 복지를 제공하려는 지 구체적으로 밝혔으나, 재원확보계획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한계"라고 총평했다.







국민의 복지 눈높이는 한껏 높아졌으나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재원 마련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공약 실천 과정에서 증세, 우선순위, 속도를 두고 갈등이 빚어지거나 공약이 후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재원에 대한 검증 부재와 '증세 없는 복지' 기조가 지난 정부에서 기초연금 공약 파기와 누리과정 예산 갈등을 낳고, 국가 재정에도 부담을 준 점을 새 정부가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연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애매모호한 재원조달 대책으로는 공약을 실현할 수 없다"며 "재원조달을 위한 세금 문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재원 구조를 어떻게 개선해 갈지에 대한 대책을 명쾌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통합연구센터장은 "이번 선거에서는 제도 도입에 대한 합의만 이뤄졌는데 재정 지출 조정에 성공하지 못하면 공약 이행이 국가부채로 이어지게 된다"며 "세율 조정 등 추가 재원 마련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복지 국가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증세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법인세, 소득세, 상속증여세 등에 복지지출에만 쓰이는 사회복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ithwi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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