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현장] 강릉산불 이재민들 "정신없어도 투표는 해야죠"(종합)

입력 2017-05-09 11:42   수정 2017-05-09 11:45

[투표현장] 강릉산불 이재민들 "정신없어도 투표는 해야죠"(종합)

삼척 산불피해 주민들도 삼삼오오 투표·진화인력도 짬짬이 투표

(강릉·삼척=연합뉴스) 유형재 배연호 박영서 기자 = 대형산불이 발생한 강원 강릉과 삼척 지역 피해주민들도 투표소에 나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은 잠깐이나마 시름을 접어두고 투표권을 행사했다.

제19대 대통령선거 강릉시 성산면 제1 투표소에는 9일 산불로 집이 전소한 이재민 김순태(81·강릉시 성산면 관음2리)·강순옥(79) 씨 부부가 찾았다.

투표 종사원들은 몸에 불편한데도 투표소를 찾은 강 씨를 끌어안고 보듬으며 격려했다.

김 씨의 집은 산불 첫날 전소해 부부가 강릉 시내 아들 집에서 지내고 있다.

김 씨는 "집이 다 타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 엄두를 못 내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라고 말했다.




심장 수술을 해 몸이 다소 불편한 아내 강 씨도 "아들이 태워주고 이웃이 부축해서 남편과 투표를 하러 왔다"라며 "국민으로서 투표는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당선될 대통령에게는 "나라가 편안히 잘 됐으면 좋겠다"라며 "산불 피해주민에게도 정부가 잘 지원해 줘 주민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김 할아버지의 짙게 패인 손바닥에는 아직도 검은 재가 남아 있었다.

집 일부가 산불에 소실된 홀몸노인 김재옥(82·여·성산면 어흘리) 씨도 성산면 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행사했다.

김 씨는 "내가 투표를 얼마나 더 하겠느냐"라며 "국민 한사람으로서 투표는 당연히 해야 해서 왔고 한 번도 투표를 기권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뭐 바랄 게 있겠느냐"면서도 "평화스러운 나라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라도 차기 대통령에 당부했다.




김 씨의 집에 붙은 불을 끄다 손목을 다친 김진걸(63) 씨도 깁스한 불편을 몸에도 투표소를 찾았다.

김 씨는 "이웃의 혼자 사시는 어르신 집이 위험해 불을 끄다가 손목을 다쳤다"라며 "투표는 당연히 해야 해서 왔다"라고 말했다.

이날 성산면 투표소 사무소에는 많은 유권자가 찾아 길게 줄을 선 채 기다려 투표를 해야 할 정도였다.

이날 강릉시선거관리위원회는 성산면 일대의 산불피해 지역 주민이 투표에 불편함이 없도록 마을을 순회하는 버스를 운행하기도 했다.




삼척 산불피해 지역인 늑구1·2리 주민들도 하나둘씩 투표소를 찾는 모습이다.

투표장소는 늑구2리 자동차학원으로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승용차를 타고 투표소를 찾는 등 소중한 권리행사에 나섰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주민들 표정은 밝았다. 투표관리인들과 평소 친분이 있는 주민들은 담소를 나눈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했다.

산불 진화를 위해 밤낮없이 화마와 싸우고 있는 산림 당국 등 여러 기관 직원들도 잠깐의 틈을 내서 투표했다.

이들은 오전 일찍 투표하고 난 뒤 곧장 마지막 남은 불씨 제거에 나섰고, 투표사무원들은 산불 진화에 열외 했다.

장병 8천여 명을 대거 투입한 육군 제8군단도 투표하지 못한 장교와 부사관은 투표한 뒤에 산불 진화에 참여하도록 배려했다.

산림 당국은 정오까지 진화를 끝낼 계획으로 미처 투표하지 못한 직원들은 잔불을 완전히 제압한 후 이후 투표할 계획이다.




yoo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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