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모험가 우에무라 나오미가 말하는 '극한에서 살아남는 법'

입력 2017-05-11 11:12  

일본 모험가 우에무라 나오미가 말하는 '극한에서 살아남는 법'

'우에무라 나오미의 모험학교'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우에무라 나오미(1941∼1984)는 1970년 일본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하고 세계 최초로 5대륙 최고봉을 오른 일본의 모험가다.

고산 등정 외에도 아마존 강 6천km를 뗏목으로 내려오고 일본 열도 3천km 종단, 북극권 1만2천km 개썰매 단독횡단 등 탐험가로도 족적을 남겼다. 그러다 1984년 2월 세계 최초로 북미 최고봉 디날리(매킨리) 단독등정에 성공하고 하산하던 중 소식이 끊겼다.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우에무라 나오미의 모험학교'(바다출판사)는 그의 소식이 끊기기 전인 1983년 9월 남겼던 육성 녹음 기록을 바탕으로 사후 펴낸 책이다. 저자는 50시간 분량의 녹음에서 몸으로 익히고 배운 야외생활의 지혜와 기술을 풀어놓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경험하기 힘든 극지와 고산 생활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흥미롭다. 극지에서는 날씨가 좋은 날에도 배설을 위해 엉덩이를 노출하는 시간이 1분을 넘어서는 안 된다. 고산에서는 크레바스(빙하의 갈라진 틈)에 떨어질 것에 대비해 대나무 장대를 허리에 차고 걷는다. 그래야 떨어지더라도 크레바스 가장자리에 걸려 목숨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썰매를 몰 때 채찍을 휘두르다 실수로 얼굴을 때리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든지 개썰매 때 쓰는 채찍은 바다표범의 가죽으로 만들어 배고픈 개들이 먹어치우기도 한다는 내용 등도 생생하다.

소설에서나 보던 통나무로 뗏목 만드는 법이나 극지에서 필요한 생존도구와 사용법, 바다표범을 해체해 먹는 법 등은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지침이다.

일본 종단 3천km 걷기를 했을 때는 걷기만 하는 것은 지루한 일이었다고 털어놓는다. 하루 이틀 걷다 보면 오로지 걷기만 하는 자신이 왠지 바보스럽고 우스꽝스러웠고 문득문득 허탈감에 빠져드는 자신과의 싸움이 고통이라면 고통이었다고 말한다.

산전수전 다 겪은 모험가도 노숙은 무섭다. 노숙이나 야숙(野宿)을 수없이 한 그지만 할 때마다 무서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이킹 정도의 가벼운 등산에서도 심한 비바람이 칠 때는 행동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든가 여력이 없으면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도 없는 만큼 행동 중에 체력을 함부로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등 일반적인 야외 활동 중에 참고할 만한 조언도 있다.

마지막 글은 홋카이도 오지에 야외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꿈이 실려 있다. 수도도 전기도 없는 대자연에서 계절에 맞춰 생활하는 학교다. 땔감을 구해 불을 지펴 밥을 먹고 칼 한 자루로 필요한 물품을 손수 만드는 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감도 키울 수 있고 여러 사람과 함께 지내며 연대 의식을 키울 수도 있다는 희망에서다. 생전에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사후 홋카이도에 '우에무라 나오미 야외학교'가 설립됐다.

끊임없이 도전했던 우에무라 나오미는 과정을 즐기고 열린 마음을 가지라고 말한다.

"적응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단지 고역일 뿐이다. 목표를 위해 고통을 참고 견디려는 마음을 아무리 굳세게 먹어도 좀처럼 적응할 수 없는 것이다. (중략)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만났을 때 결코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세계를 맛보려는 마음가짐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극복이나 도전 같은 말은 멋지고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물론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자세도 어떤 의미에서는 중요하지만 그런 긴장감은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 (294∼295쪽). 김성연 옮김. 304쪽. 1만5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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