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그건 혐오예요 = "공포와 적대를 이용한 증오의 정치가 등장하게 되면, 위험에 처하거나 손쉬운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회적 약자들이에요. 저 역시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염려스러웠고, 이 종북몰이가 어디로 향해 가는지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성소수자 혐오세력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불온한 당신'의 이영 감독은 혐오가 '사회적 공기'처럼 돼버렸다고 말한다. 혐오가 성소수자뿐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이나 평범한 시민들까지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북 게이'라는 신조어는 전혀 다른 두 대상을 싸잡아 묶고 증오의 낙인을 찍는 극단적 혐오 발언이다.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저자 홍재희가 독립영화 감독들을 만나 일상적 혐오의 현장을 기록한 책. 여성과 가부장제 문제를 영화로 만드는 경순 감독, 청각장애인인 자신의 부모 이야기를 기록한 이길보라 감독, 이주노동자 다큐멘터리를 찍는 주현숙 감독 등이 상처를 주고받는 사회를 고발한다. 저자는 혐오와 싸워 이길 유일한 방법은 '타자에 대한 공감'뿐이라고 말한다.
행성B잎새. 228쪽. 1만5천원.
▲ 나에 관한 연구 = 자의식 뚜렷한 열네 살 소녀 로사. 엄마아빠 사이는 위태롭다. 언니는 왜 '돌아이' 같은 남자친구들과 연애를 할까. 따분한 학교생활에 남자 애들은 불편하고 귀찮다. 딱 한 명, 빌레는 괜찮은 것 같은데 간절하지는 않다.
로사는 아직 월경을 시작하지 않은 자신이 애매한 존재로 느껴져 부끄럽기도 하다. 여자와 관련있는 건 죄다 약해빠진 듯해서 남자로 살고 싶은 적도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할 때면 슬퍼진다. "두려워해야 할 일이 왜 이리 많을까? 항상 조심하면서 살아야 하고, 밤에 혼자 공원에 가는 것도 꺼려진다. (…) 마치 짐승처럼, 여자를 사냥감 다루듯이 행동하는데 도대체 사냥철은 언제 끝나는 걸까?"
'나'에 대한 사춘기 소녀 로사의 생각은 자신의 몸에서 시작해 사랑과 인권, 불안과 권력의 문제까지 뻗어나간다. 철학적 성장소설이자 페미니즘 입문서이기도 하다. 스웨덴 작가 안나 회글룬드가 쓰고 그린 책으로, 지난해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수상작.
우리학교. 이유진 옮김. 88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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