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이 따로 없다…수준급 '동네음악회' 확산

입력 2017-05-13 07:30  

공연장이 따로 없다…수준급 '동네음악회' 확산

(성남=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경기도 성남시 분당 주민 최민섭(54)씨는 봄이 되면 성남문화재단 홈페이지를 검색하게 된다.

중앙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파크콘서트' 일정을 미리 알아보기 위해서다. 애써 약속을 조정하지는 않지만 가능하다면 공연이 있는 주말은 지인들과 저녁 약속도 피한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봄날에 탁 트인 잔디밭에 아내와 나란히 앉아 맥주 한 캔을 앞에 놓고 음악회를 즐기는 걸 상상해보라.

무대에서는 때로는 웅장한 클래식이, 때로는 경쾌한 대중음악이 흘러나왔다. 평소 문화예술 '편식'을 꺼리는 최씨 부부는 그래서 더 편하고 좋았다고 한다.

지난해 본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와 KBS교향악단 공연과 '국카스텐', '정준영밴드', 김범수의 열정 넘치는 무대가 아직도 여운이 남아 있다고 한다.

올해도 오페라 '카르멘'(5.13), 김연우(5.27), 자이언티(6.10), 가족오페라 '마술피리'(6.24), 아이돌 그룹 세븐틴과 레이나(7.8), 변진섭(8.5), K-POP 스페셜 무대(8.19) 등 다양한 레퍼토리가 예정돼 있다.

2012년 시작한 '파크콘서트'는 매년 6만명 이상(2015년 6만2천500명, 2016년 6만7천500명)이 관람했다.




◇ 강변·전통시장·황톳길 숲 속…전국 곳곳이 공연장

음악회를 꼭 번듯한 공연장에서 감상하라는 법이 없다.

이처럼 전통 공연장을 벗어난 수준급 음악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관심만 있다면 승용차를 몰고 다녀와도 될만한 거리다.

정식 공연장을 찾을 여유가 없다면 한 번이라도 무료로 제공되는 '우리동네 음악회'에 관객이 되는 건 어떨까.

양평군은 '라온음악회'와 '와글와글 음악회'를 운영한다.

대중음악, 국악,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와글와글 음악회는 13일을 시작으로 9월까지 매주 토요일 저녁 양근천변 공연장에서 열린다.

와글와글 공연장은 큰 시설은 아니지만 2012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두레나눔상)을 수상한, 작지만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금요상설 거리공연인 라온음악회는 매주 금요일 저녁 양평시장 앞 라온마당, 토요일 저녁 용문역 일원에서 펼쳐진다.

더 많은 군민이 생활 속에서 쉽게 예술문화를 누리고 아마추어 예술인과 동아리의 자생적 활동무대를 제공하고자 기획했다.

화성시문화재단은 동탄복합문화센터 야외공연장에서 상설공연 '소리결 음악회'를 마련했다. 관객들은 공연장 잔디밭에서 여유롭게 피크닉과 음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이달 27∼28일 '인디 페스티벌'은 국내 대표 인디 음악인들인 '피터팬 콤플렉스', '분리수거 밴드', '오곤', '넘버원 코리안', '쏠라티', '서울리딤슈퍼클럽' 등 화려한 라인업을 대기 중이다.

전석 무료이고 잔디객석을 이용하는 관람객들은 돗자리 사용과 음식·음료 반입이 가능하다.

대전에서는 맥키스컴퍼니가 지난달 15월부터 오는 10월 23일까지 매주 토요일 계족산 황톳길 일원에서 맨발 트래킹·숲 속 음악회 에코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4시간여 걸리는 13.5㎞ 황톳길 트레킹이 끝나면 맥키스오페라단의 '뻔뻔(funfun)한 클래식' 공연을 즐길 수 있다.

2006년 황톳길을 조성한 맥키스컴퍼니가 자연 풍광과 음악을 시민들에게 공유하고자 이듬해 시작한 것이 10년이 넘었다.


서울에서도 관심만 있다면 수준 높은 공연을 만날 수 있다.

비엔나관광청은 이달 26일 오후 난지 한강공원에서 빈 필하모닉의 '서머 나이트 콘서트'를 야외중계 방식으로는 아시아권에서 최초로 진행된다. 신년음악회와 함께 빈 필하모닉의 양대 행사로 알려져 있다.

올해 콘서트에서는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의 지휘로 드보르자크,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등의 명곡을 연주하고 미국의 오페라 스타 레니 플레밍이 무대에 오른다.

양재 시민의 숲에서도 13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매주 토요일 숲 속 작은 음악회 '음악소풍'이 열린다.

인디밴드와 싱어송라이터, 듀오보컬, 국악그룹 등 매주 새로운 팀이 나와 특색있는 공연을 선보인다. 선착순 100명은 의자에 앉아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이용해 가벼운 국악을 들려주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대표 상설공연 '정오의 음악회'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지난 3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5월과 6월의 해설자로는 KBS 아나운서 출신의 방송인 진양혜가 무대에 오른다. 전석 1만1천원에 누적 관객 수가 5만4천명이나 된다.


◇ 농어촌 문화 갈증 해소도…"야외라도 에티켓 지켜야"

농어촌의 문화 소외 해소하려는 작업도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다.

경북도가 올해 23개 모든 시·군에서 한 차례 이상 '찾아가는 작은 음악회'를 연다. 지난해는 23회 공연에 4천200여명이 관람했다.

올해 공연은 동서양 현악기 연주, 밴드보컬, 무용, 뮤지컬 등으로 진행하며 '문화가 있는 날', '할매할배의 날'에 공연을 펼쳐 만족도를 더 높인다는 방침이다.

경북지방경찰청과 경북도립교향악단도 농촌으로 찾아가는 '바람개비 음악회'를 열고 있다.

문화 갈증을 덜어주고 자연스럽게 치안정책을 전달하려는 취지에서 지난 3월 말 시작했다. 매달 한 차례 청송, 울진, 울릉 등 도시와 멀리 떨어진 농·어촌을 찾아가 공연을 한다.



당진시립합창단은 시민이 원하는 장소를 직접 찾아가 공연을 해주는 '해나루 나눔 음악회'를 운영한다.

사전에 신청하면 기업체나 기관, 단체, 소외시설 등을 직접 찾아가며 공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으면 실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충북도립교향악단은 지난달 19일 충북도의회 본회의장에서 개회에 앞서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었다. 공연장으로 변한 본회의장에서는 브람스 헝가리안 댄스 5번, 영화 '사운도 오브 뮤직' OST, 경복궁 타령 등이 울려 퍼졌다.

야외무대는 가족과 함께 온 아이들의 소란과 과도한 대화 소음이 공연 몰입을 방해할 때가 많고 안전사고도 우려돼 야외공간이라고 해도 에티켓을 지키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공연 담당자들은 주문한다.

그럼에도 지역문화에 기여하는 장점이 많다.

김철주 성남문화재단 공연기획부장은 "성남 파크콘서트만해도 도심 속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다양하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선보여 국내 최고의 야외음악축제로 자리매김했다"며 "갈수록 관심이 높아져 출연자에 따라서는 강릉, 부산 제주 등 지방과 심지어 일본, 중국, 동남아 관람객들까지 찾고 있어 주변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kt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