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② 권력엔 '부드러운' 칼…"봐주기가 더 큰 권력"

입력 2017-05-15 06:03  

[검찰개혁] ② 권력엔 '부드러운' 칼…"봐주기가 더 큰 권력"

최경환 채용 압력 재수사·20대 총선 수사 '지적'…어버이연합 게이트 '미적'

새 정부, 공수처 설치·검찰시민위·재정신청 확대로 檢 '재량권 축소' 시도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검찰이 정치권력의 대척점에 선 세력이나 집단에 수사력을 쏟아부어 '정권의 칼' 역할을 하면서 반대로 '살아있는 권력'에는 제대로 된 수사 의지를 드러내지 못했다는 비판 섞인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수사나 재판 단계에서는 법원의 견제 기능이 일부 작동할 여지가 있다. 검찰이 청구한 핵심 수사 대상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수사 동력이 크게 약화하거나 기소 피고인들이 무죄를 받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어떤 사건을 수사할지, 수사 대상 인물이 죄가 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길지는 일부 예외적인 대형 중요 사건을 제외하면 사실상 검찰의 재량에 달린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법조계에서는 "수사권이 아닌 불기소권에서 검찰의 진정한 힘이 나온다"는 얘기도 있다. 검찰의 '봐주기 권한'을 대폭 견제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기 전인 작년 가을 이전까지 검찰의 주요 수사 및 사건 처리 행태를 보면 여당 핵심 인사 등 권력 실세에 엄정한 수사가 이뤄졌는지 지적이 제기된 사례들이 적지 않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연루된 '중진공(중소기업진흥공단) 특혜 채용압력 의혹' 사건은 권력 실세 '봐주기'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최 의원이 2013년 사무실 인턴으로 일한 인물을 채용하도록 중진공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공단이 인·적성 검사 결과까지 조작한 물증이 확보됐다. 그러나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작년 1월 서면조사만 하고 끝냈다. 그러다가 작년 9월 박철규 당시 이사장이 재판 도중에 최 의원의 압력이 있었음을 '고백'하는 돌발 변수가 생기자 뒤늦게 재수사에 나서 올해 3월 최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법원은 지난 12일 박 전 이사장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결과적으로 중진공 사건은 '살아있는 권력'에 약한 검찰의 현주소를 보여준 사건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충분히 의심이 드는 상황이지만 수사 당시에는 박 이사장이 전혀 관련 진술을 하지 않았고 재판에서도 일정 시점까지 마찬가지 입장이었다가 어느 시점에 갑자기 바꿔 진술을 내놓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나름대로 수사했지만, 대상자가 정치인 등 관련자와의 관계 악화, 불이익 등을 우려해 진술이나 증거를 내놓지 않으면 한계가 있으며 각 사건의 진행 경과와 흐름, 당사자들의 상황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근혜 정권의 서슬이 아직 퍼렇던 작년 4월 불거진 '어버이연합 게이트'도 적극적인 수사가 미진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국경제인연합이 보수 성향 어버이연합에 우회 자금 지원을 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 수사는 더디게 진행됐다.

그러는 사이 작년 12월 출범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불과 3개월의 기간에 청와대 주도로 2014년부터 작년 10월까지 전경련을 통해 총 68억원을 대기업에서 걷어 특정 보수단체에 지원한 사실을 밝혀내 검찰을 머쓱하게 했다.

또 '팔짱 낀 우병우' 사진이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것처럼 검찰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 수사에도 강한 의지를 못 보였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작년 4·13 총선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검찰은 여야에 '이중 잣대'를 적용해 편파적으로 처리했다는 볼멘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터져 나왔다.

춘천지검은 각각 허위사실 공표와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이 제기된 자유한국당 김진태·염동열 의원을무혐의 처분했지만, 서울고법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두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은 경선 후보인 김성회 전 의원이 출마하지 못하도록 부당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산친박 핵심 최경환·윤상현 의원, 현기환 전 정무수석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새누리당 후보자와 경쟁하지 않도록 조언하는 취지로 구체적 해악의 고지가 없다"고 취지를 설명했으나 '친박 봐주기'가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반면 검찰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모든 구로 지역 학교의 반 학생을 25명으로 줄였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서 기소했다. 검찰은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 200만원형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1심에서 벌금 7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처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정치권력에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검찰의 수사 착수, 불기소 권한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축소, 견제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새 정부와 여당의 구상이다.




이런 맥락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통한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 경쟁 구도 형성은 검찰의 '봐주기 권력'을 제어할 효과적 수단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싹트는 분위기다.

다만 공수처 역시 검찰과 마찬가지로 인사·예산 등을 통해 정치권력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독립성 확보 방안 마련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중대 부패범죄에 대한 기소 법정주의를 도입해 검사의 재량을 축소하는 한편 검찰의 무리한 불기소권을 제어하기 위해 검찰시민위원회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해 향후 추진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이 밖에 고소 사건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만 가능한 재정신청을 고발 사건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공약으로 제시됐다.

최근 서울대에서 '검찰권 남용 통제 방안'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 검찰 출신의 임수빈(56·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는 "검찰이 해서는 안 될 수사를 하는 것 만큼이나 해야 할 수사를 안 하는 것 역시 검찰권의 남용에 해당한다"며 "시민참여 위원회의 통제, 공수처 설치 등 제도적인 개선을 통해 검찰의 정치화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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