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엔 풍선 '둥둥'·칠판엔 '하트'…'10대처럼' 만학도 사은회

입력 2017-05-15 13:14  

교실엔 풍선 '둥둥'·칠판엔 '하트'…'10대처럼' 만학도 사은회

40∼80세 만학도들 "선생님 사랑해요"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스승의 날인 15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일성 중고등학교에서는 나이 지긋한 만학도들이 자신보다 적게는 스무살, 많게는 마흔살이나 어린 선생님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특별한 사은회가 열렸다.

일성 중고등학교는 여러 이유로 학업을 뒤늦게 시작한 여성들이 공부하는 학교다. 재학생 대다수가 어려운 가정형편이나 6·26 전쟁으로 어린 시절 공부를 하지 못한 여성이라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일성 여자고등학교 1학년 2반에서는 나이가 지긋한 만학도 40여명이 수줍은 표정의 소녀처럼 선생님을 기다렸다. 단정한 머리와 교복을 입은 10대 여학생은 아니지만, 백발 또는 꼬불꼬불한 파마머리를 한 학생들의 표정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교실에는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풍선 등 수십개가 떠 있었고, 칠판에는 선생님 얼굴과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또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쓴 포스트잇이 칠판에 붙어있었다.

포스트잇에는 '선생님 늘 지금처럼 멋진 모습으로', '스승의 은혜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등 선생님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다.

1학년 2반 담임선생님인 김상현(41)씨가 교실에 들어오자 학생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맞이했다. 부끄러워하는 선생님을 향해 모든 학생이 손으로 크게 하트를 만들기도 했다.

김씨는 흠칫 놀라며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여러분이 있기에 제가 있는 것이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 대표가 나와 김씨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학생들이 '스승의 은혜'를 합창하자 김씨의 눈은 촉촉해졌다.

6·25 때 남한으로 내려와 중학교에 다니지 못한 전모(73) 할머니는 "60여년이 지나 책을 다시 보니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였다"면서 "선생님이 부모뻘인 학생이 이해를 못 해도 같은 것을 계속 반복해 말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경자(55·여)씨는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고비가 많아 포기하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괜찮다며 용기를 주면서 이끌어줬다"며 "선생님이 옆에 있어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학생들에게 초콜릿을 일일이 나눠주며 "보약이니 꼭 혼자 먹어야 한다.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간다고 하지 말고 모두 대학에 들어가자"고 격려했다.


p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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