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향 노조 "모욕감·음악적 스트레스"…대부분 퇴진 찬성
수원시, 사표 수리 않은 채 단원과의 갈등 해결 중재 나서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지난 10일 돌연 사표를 제출한 김대진 수원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15일 "단원들이 저를 음악감독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 더는 함께 얼굴을 맞대고 음악을 만들 수 없을 것 같아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표 제출의 이유를 설명하면서 "물론 단원들에게 굉장히 심한 질책을 하고 고성도 지른 적이 있지만, 칭찬하거나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며 "이런 것들이 잘 동화돼서 우리 시향이 좋은 기능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 5월부터 수원시향을 이끌어왔으나 악단 운영방식을 둘러싸고 노조가 주축이 된 단원들과 갈등을 빚다가 지난 10일 갑작스럽게 사표를 제출해 지역 예술계에 충격을 준 바 있다.
사표 제출 엿새만에 입을 뗀 그는 단원들에게 부적절한 말을 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지난달 15일 롯데콘서트홀 부활절 기념 콘서트를 앞두고 사흘간 리허설을 하면서 김 감독은 단원들에게 고성을 지르고, '박치'라는 모욕적인 말을 써 단원들의 비난과 원성을 샀다.
당시 리허설에 참여했던 여성 단원들, 특히 임신부 단원들은 모욕적인 말과 두려운 분위기 때문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에 수원시향 노조(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수원시립예술단지부)가 수원시향 상주홀인 SK아트리움에 김 감독의 폭력적인 리허설, 수준 미달의 리더십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붙이기도 했다.
노조는 김 감독에게 공식적인 사과 및 거취와 관련한 입장표명을 요구했고, 이에 김 감독이 지난 10일 첫 정기연주회 리허설에서 "상처를 받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말한 뒤 시향 사무국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수원시는 김 감독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시향 담당 문화체육교육국에 김 감독과 단원들 간 갈등을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긴급 지시해 담당 공무원들이 시향 노조와 접촉하고 있다.
그러나 시향 노조를 비롯한 대다수의 단원은 김 감독의 리허설 때의 모욕적이고 폭력적인 언행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뤄져 왔으며, 이에 따른 단원들과의 갈등이 깊다고 주장하고있어 수원시향 사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이날 수원시향에서 만난 한 단원은 "김 감독님이 100여 명이 넘는 오케스트라 단원의 특성과 생리를 다 무시한 채 무리한 연습을 시켜 여러 단원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면서 "또 무조건 자기 스타일대로 따라오라고만 했고, 한 번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단원은 "오랫동안 감독님의 인격적인 모욕과 음악적 스트레스를 참아왔는데, 부활절 기념 콘서트 리허설 때 여성 단원들까지 울릴 정도로 심하게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고 더는 참을 수가 없어 공개사과와 거취표명을 요구했던 것"이라면서 "우리도 지금과 같은 파행을 원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수원시향의 단원 대다수는 김 감독과 함께 연주하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
수원시향의 단원(103명) 가운데 93명은 김 감독이 사표를 제출한 다음 날인 지난 11일 사임찬반투표를 벌였고, 그 결과 77명이 사임에 찬성했다.
그러나 일부 단원들은 김 감독이 수원시향의 발전에 이바지한 바가 크다며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원하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2008년 수원시향의 상임 지휘자로 취임한 이후 수원시향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 이듬해 미국 뉴욕 카네기홀 전석 매진, 객석예술인상 수상(2011년), 창단 30주년 전국 9개 도시 전국투어 연주 성공 개최(2012년), 이탈리아 메라뇨 국제뮤직페스티벌 폐막공연 공식초청(2014년) 등 수원시향의 높아진 위상에 대해서는 단원들도 인정하고는 있다.
김 감독 역시 사표 제출을 철회하고 수원시향으로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그는 "수원시향은 제가 9년간 키워온 단체이고 저의 손길이 안 간 곳이 없다"면서 "저와 우리 단원이 만든 업적을 스스로 무너뜨리지 말고 다시 복원하기 위해 다시 충분히 서로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면 그걸 거부할 이유는 없다"며 단원들과의 갈등이 해결될 경우 복귀할 생각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노조측은 김 감독이 복귀하더라도 수원시향의 연주회 등을 고려해 내년 4월 임기까지만 함께 할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양측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감독의 사표 제출로 수원시향의 5월 연주회 일정은 부지휘자가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다음달 26일 수원시 자매도시인 독일 프라이부르크시 방문 연주회 일정이 잡혀 있어 지휘자 공석이 장기화될 경우 차질이 우려된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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