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걷어 내고 낮 공연 정례화…국·양악 넘나들며 다양한 실험
내달 1일 시립관현악단·합창단과 국악 칸타타 '어부사시사' 공연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청주에서 국악과 양악이 어우러진 직지(直指·직지심체요절의 약자, 고려 시대 청주 흥덕사에서 발간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관련 오페라를 제작하는 게 제 꿈입니다"
내달 1일 청주에서 펼쳐질 대규모 국악 공연 '어부사시사'를 지휘할 조정수(50)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궁극의 목표를 묻자 망설임 없이 직지 오페라를 거론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청주시립국악단에 둥지를 튼 경력 30년의 베테랑 지휘자다. 부임 직전까지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서울 메트로폴리탄 필하모니에서 상임 지휘자를 지낼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런 그도 코앞으로 다가온 자신의 야심작이자 대규모 공연인 '어부사시사'를 앞두고는 적잖이 긴장한 모습이었다.
청주 예술의전당 사무국에 마련된 그의 사무실 책상은 온통 어부사시사 관련 악보들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공연 준비에만 매달리다 보니 사무실을 정돈할 여유가 없어 보였다.
조 감독은 "어부사시사는 2011년 한국음악협회로부터 대한민국 작곡상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고 어려운 곡"이라며 "합창단 인원만 100여 명이 넘을 정도로 스케일이 큰 대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에서도 무대에 올리기 어려운 작품인데 청주 공연에서 모든 곡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다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부사시사'는 조선 중기 문인인 고산 윤선도가 시조 '어부사시사'에서 그려낸 어촌의 4계절을 음악으로 표현해낸 작품이다.
관현악단과 합창단, 독창자 등 출연진만 100여명이 넘을 정도여서 쉽게 무대에 올리기 어려운 대작이다.
국악과 양악 합창단이 어우러져 두 분야를 모두 아우른 경험이 있는 조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에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그는 한양대 관현악과를 졸업, 파리에서 유학한 뒤 파리 라흐마니노프 음악원 교수를 역임하는 등 양악에서 인정받는 지휘자였다.
그런 그가 귀국해 국악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은 작고하신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었다.
조 감독은 "국악을 하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서양음악을 하면서도 국악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다"며 "몸에 내재한 국악의 DNA를 뒤늦게 깨닫고 국악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국악과 양악을 넘나들다 보니 음악의 장르를 넓히는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았다.
연고가 전혀 없는 청주에 내려와 시립국악단장이 되자마자 내린 조치는 악기별 마이크를 없애는 것이었다.
'민낯 공연'을 통해 국악이 가진 원초적인 소리를 있는 그대로 관객에게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국악기가 가진 원초적인 소리로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진실한 모습으로 다가가면 객석에 감동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역에서는 드물게 낮 시간대 공연인 '탁오(卓午) 음악회'를 정기적으로 개최,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소통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청주시립국악단 회원 모임인 '프렌즈'를 지난 1월 결성했다. 프렌즈는 회원 수가 점차 늘어 지금은 200명을 넘어섰다.
올 12월 주독일대사관 한국문화원 초청으로 독일 베를린필하모니 캄머홀 등 2곳에서 공연도 한다.
조 감독은 "청주를 대표하는 직지 오페라가 궁극의 목표"라며 "직지 오페라를 통해 청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지역 예술이라고 변방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가 지휘하는 국악 칸타타 어부사시사는 내달 1일 오후 7시 30분께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청주시립국악단과 시립관현악단, 시립합창단, 전주시립합창단 등 160여명이 출연해 무대를 꾸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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