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 궐련형 전자담배 국내 출시…시장에 지각변동 오나(종합2보)

입력 2017-05-17 17:28   수정 2017-05-17 17:30

필립모리스, 궐련형 전자담배 국내 출시…시장에 지각변동 오나(종합2보)

당국·국회 관련 과세규정 안만들어 혼란 초래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김수현 정빛나 기자 = 필립모리스가 국내 시장에 액상 니코틴 등을 사용하는 방식이 아닌, 실제로 담뱃잎 고형물을 넣는 전자담배를 내놨다.

필립모리스는 신형 전자담배가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가열만 하기 때문에 연기나 재, 냄새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궐련형(종이에 담뱃잎을 싼 형태) 담배와 비슷한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과세 규정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당국과 국회가 관련 법규를 제때 만들지 못하는 바람에 새로운 유형의 수입 전자담배가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 27일부터 사전판매…기기 12만원·담배스틱 20개 4천300원

한국필립모리스는 17일 서울 중구 장충동 반얀트리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를 한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필립모리스에 따르면 아이코스는 담뱃잎을 원료로 만든 연초 고형물(제품명 '히츠')을 전기로 가열하는 방식의 전자담배다.

스틱형 전자기기 중앙의 가열 블레이드(날)에 일반담배와 모양은 똑같지만 길이가 절반 정도인 히츠를 끼우고 작동 버튼을 누르면, 블레이드 온도가 최대 350도까지 올라가며 니코틴을 찌는 방식이다. 한 개 히츠의 니코틴 함량은 0.5mg이다.

일반담배와 달리 담뱃잎을 직접 태우지 않기 때문에, 아이코스에서 발생하는 증기에는 일반담배 연기와 비교해 유해물질이 90% 정도 적다는 게 필립모리스의 주장이다. 아울러 필립모리스는 재가 남지 않고, 냄새가 옷에 거의 배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정일우 한국필립모리스 대표는 "필립모리스는 2008년부터 약 3조4천억 원을 들여 '타지 않는 담배'를 개발하는데 투자했다"며 "금연정책은 당연히 계속돼야 하지만 그럼에도 담배를 피우려는 소비자를 위해 덜 해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 역시 담배회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코스와 아이코스에 사용되는 담배 고형물 '히츠'는 다음 달 5일부터 아이코스 전용 매장과 서울 전역 CU(씨유) 편의점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앞서 이달 27일부터는 서울 광화문, 강남 가로수길의 아이코스 전용 매장에서 한정 수량의 관련 제품이 사전 판매된다.

아이코스의 권장 소비자가격은 12만 원, 아이코스 전용으로 특수 제작된 히츠 가격은 20개들이 한 갑당 4천300원이다.


◇ "경계심 없애 더 많은 흡연 조장…세금은 일반담배보다 훨씬 적어"

하지만 보건·금연단체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직접 담뱃잎을 넣어 일반담배를 가장 비슷하게 흉내 낸 신종 전자담배 수입이 혐오스러운 담뱃갑 경고그림까지 넣어 금연율을 높이려는 정부와 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조처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체는 연기와 연기의 유해물질을 줄였다고 주장하지만, 그 말만 믿고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전자담배를 자주 즐기면 오히려 건강에 더 유해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아직 담배회사들이 담배 제품의 정확한 성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고, 담배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도 100여가지 이상으로 알려져 오히려 이런 무연 전자담배가 흡연을 조장한다는 우려도 있다.

필립모리스 역시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간담회에서 "아이코스도 건강에 완전히 무해한 것은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과세 규정의 모호성과 형평성 문제도 있다.

필립모리스 측은 "정부 유권 해석에 따라 아이코스는 일반 궐련이 아닌 '연초 고형물을 사용한 전자담배'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종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에는 담배소비세 g당 88원, 건강증진부담금 g당 73원의 세금이 매겨졌다. 일반담배보다 훨씬 낮은 '전자담배 세율'을 적용한 결과다.

심지어 개별소비세의 경우 국회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율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정부가 일단 '파이프 담배'에 준해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파이프 담배에 붙는 개별소비세는 g당 21원으로, 국회에서 논의했던 개별소비세의 3.5∼41.2% 수준에 불과하다.

국회와 정부가 밀려 들어오는 신종 전자담배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정책 공백'을 노출한 결과, 새로운 유형의 수입 전자담배가 결국 크게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혜택'을 누리게 된 셈이다.

담배 품목 분류체계 등의 정비가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8월께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다국적 담배회사 BAT의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GLO)'도 똑같이 낮은 세율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세율이 낮을 뿐 아니라, 일부 세율은 국회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왜 서둘러 세율을 정해줬느냐"는 지적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세목은 납세자 신고 납부 체계로, 납세의무자가 정해진 방법대로 신고하고 사후에 과세관청이 세법과 맞는지 보고 안 맞으면 세무조사 등의 방법으로 세금을 경정청구하는 것"이라며 "이 제품도 세관장이 사후 검증을 통해 '파이프 담배' 세율 적용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면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앞으로 아이코스 같은 신종 전자담배에 적용되는 개별소비세율 등이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일우 대표는 "개별소비세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 중이어서 출시를 계속 미루다가 국회 사정이 불투명해 일단 임시 적용을 받아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별소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고, 이미 논의 중인 개소세율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했기 때문에 추후 적용 개별소비세가 인상돼도 가격을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담배업체 "궐련형 전자담배는 위협이자 기회"…BAT·KT&G도 출시 준비

국내 담배시장의 경쟁업체들은 '아이코스'의 등장을 '긴장'과 '기대'라는 이중적 시각으로 지켜보고 있다.

대부분 일반담배만을 취급해온 다른 국내외 업체들로서는 담뱃잎을 사용한 새 전자담배는 우선 시장 잠식 잠재력이 충분한 위협 요소다. 일반 담배와 가장 맛이 비슷하면서도 연기·재는 없고, 더구나 연기 속 위해물질도 적다니 기존 일반담배 흡연자 중 일부가 아이코스로 갈아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코스는 지난 2015년 9월 이웃나라 일본에서 출시된 후 인기를 끌어 올해 4월 현재 일본 담배시장에서 9%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아이코스 출시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투자증권은 이 변수 하나만으로도 KT&G의 목표주가를 13만8천원에서 12만5천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궐련형 전자담배의 파괴력이 예상보다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이전 액상형 전자담배가 거의 허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코스가 시장에 입성했기 때문에 단기간에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며 "한국의 경우 이미 기존 전자담배 시장이 꽤 큰 규모로 존재하므로, 일본과 양상이 비슷할 것으로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연 정책이 강화되는 가운데, 궐련형 전자담배는 필립모리스뿐 아니라 이외 담배업체들 입장에서도 '또 다른 시장',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다국적 담배회사 BAT도 이르면 오는 8월 아이코스와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GLO)'를 출시할 예정이고, 국내업체 KT&G도 같은 종류 전자담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코스가 성공적으로 국내 시장에 안착한다면, 이들 업체를 비롯한 경쟁사들도 줄줄이 비슷한 궐련형 전자담배를 내놓고 격전을 벌일 전망이다.

shk99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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