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헤파린 주사 파문 10년만에 독일서 재연…"약효 전혀 없어"

입력 2017-05-17 14:44  

불량 헤파린 주사 파문 10년만에 독일서 재연…"약효 전혀 없어"

수많은 사상자 낸 국제 파동 10년… 獨당국·업체, 중국 위탁생산 감독 소홀 파문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킨 불량 헤파린 주사약 사건이 일어난 지 10년 만에 독일에서 유사한 일이 다시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독일 공영 ARD방송은 16일(현지시간) 독일 제약업체 로텍스메디카가 독일 내에서 시판 중인 헤파린 주사액 2만여 앰플을 회수, 폐기처분했다고 보도했다.

업체 측은 이번 회수는 헤파린의 오염이나 부작용으로 인한 환자의 위험 때문이 아니며 약효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데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약효가 없는 약을 환자들이 사용한 데 따른 피해 가능성이 당연히 있으며, 10년 전 불량 헤파린으로 인해 세계적 파문이 일어난 뒤에도 제약업체와 독일 당국이 제품 안전성과 품질 감독에 소홀히 해왔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독일 연방의약품·의료기연구소(BfArM) 등은 현재 구체적 경위와 피해 상황 등을 조사 중이다.

로텍스메디카는 3년 전부터 중국 업체에서 위탁 생산한 헤파린 제품을 독일에서 판매해왔다. 이 과정에 독일 규제 당국들이 생산 공정과 제품 품질을 검사하고 국제기준에 맞는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 이후 점검한 결과 2년 전부터는 독일 당국과 수입업체 모두 생산과정에 대해 제대로 감독·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헤파린은 폐색전증이나 뇌졸중, 심근경색 등을 일으키는 혈전(피떡) 예방과 용해를 위해 혈전증 환자 치료나 수술 때 쓰는 혈액 항응고 주사제다. 독일에선 매년 1인당 헤파린 2 앰플 꼴로 많이 사용한다.


ARD에 따르면, 1990년대까지는 소의 폐 조직을 이용해 헤파린을 생산했으나 광우병 파동 이후엔 주로 돼지 내장을 이용해 만드는데 상당수가 중국에 생산 하청을 주고 있다.

지난 2007~2008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불순물이 든 중국산 헤파린이 전 세계에 유통돼 미국에서만 약 250명이 죽고 수백 명이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일본에서도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문제 제품의 미국 내 수입 제약업체는 백스터였다.

독일에서는 당시 사망자는 없었으나 당뇨 치료 입원환자를 중심으로 80여 명이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독일 시판 제품 중 20%가 불순물에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었다. 당시 독일 헤파린 판매업체도 이번에 문제가 된 로텍스메디카다.

전문가들은 헤파린으로 인한 피해 파악은 쉽지 않고 매우 뒤늦게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 사상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ARD방송은 16일 이번 사건을 단독 보도한 데 이어 17일 저녁엔 허가받은 의약품이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실태를 파헤친 심층 프로그램 '독약'과 '위험한 의약품들'을 방영한다.

한편, 미국에선 헤파린 파문 만 10년 뒤엔 올해에야 당시 수입·판매 업체인 백스터 사를 대상으로 한 피해배상 소송이 시작됐다.

당시 백스터는 피해자들에게 총 1천500만~3천만 달러의 배상금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했으나 한 사망자의 부인이자 의사인 유족이 유일하게 정식 소송을 제기했다.


choib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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