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노동자, 추가긴축 반대 총파업…"허리띠 더는 못 졸라매"

입력 2017-05-17 22:30  

그리스 노동자, 추가긴축 반대 총파업…"허리띠 더는 못 졸라매"

교통·의료·행정서비스 등 전면 마비…시위대-진압경찰 충돌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맬 수 없다."

그리스 의회의 추가 긴축법안에 대한 표결을 하루 앞두고 그리스 노동자 수만 명이 추가긴축에 저항하며 대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에 따라 육상과 해상 교통이 마비됐고, 수도 아테네에서는 시위가 과열되면서 일부 시위대가 진압경찰과 충돌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그리스 최대 민간 노조인 그리스노동자총연합(GSEE)과 교통, 병원, 교육 부문이 망라된 그리스 공공 부문 노조는 17일 일제히 일손을 놓고 24시간 기한의 총파업에 돌입했다.






당초 48시간 일정으로 지난 16일부터 파업을 시작한 여객선 부문은 파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18일 자정까지로 파업 기한을 연장하기로 해 수천 개의 섬을 연결하는 뱃길이 완전히 중단됐다. 그리스 주요 도시를 잇는 열차, 아테네 도심과 공항을 연결하는 지하철도 멈춰 섰다.

관제사들도 이날 낮 4시간 동안 파업에 합류하며 여객기 최소 150편의 운항이 취소되거나 일정이 재조정된 탓에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의료 부문 역시 총파업에 동참, 각 병원은 응급 요원들로만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법원, 세관 등 주요 관청도 문을 닫았다.

공무원 노조인 ADEDY 관계자는 "우리의 임금과 연금에 대한 추가 약탈에 반대한다"며 이번 파업의 취지를 설명했다.






경찰 노조는 아테네 중심가의 리카베투스 언덕에 "그리스 경찰의 몸값이 도대체 얼마냐"는 문구가 그리스어와 독일어로 적힌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추가긴축안을 앞장서 압박한 최대 채권국 독일, 채권단의 요구에 굴복해 추가긴축안을 수용한 그리스 정부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 것이다.

그리스 정부는 독일을 위시한 유럽연합(EU) 채권단과 3차 구제금융 분할금의 집행을 놓고 6개월가량 줄다리기를 벌이다 이달 초 추가긴축안을 받아들였다.

그리스에 대한 국제채권단의 3차 구제금융 추가 분할금 집행의 전제 조건에 해당하는 추가긴축안은 연금 삭감, 소득세 인상 등의 방식으로 내년부터 2021년까지 총 49억 유로(약 6조 원)에 해당하는 재정 지출을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추가긴축안을 수용하는 대신, 재정 목표를 달성할 경우 빈민 구제를 위한 별도의 재정 지출을 채권단으로부터 허용받게 된다.

그리스는 오는 7월 유럽중앙은행(ECB)에 70억 유로(약 8조6천억 원)의 채무를 상환해야 해 채권단으로부터 구제금융 분할금을 지급받지 못하면 채무 불이행(디폴트)이 불가피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이날 1만2천 명의 노동자가 그리스 의회까지 행진한 아테네에서는 행진 말미에 분위기가 험악해지며 폭력 시위로 번졌다. 일부 시위대는 진압경찰에게 화염병을 던졌고, 경찰은 이에 최루탄으로 맞서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번 총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시내를 지나던 시민 아포스톨로스 세이타니디스는 AP통신에 "파업을 해도 소용이 없다"면서 "어차피 모든 추가긴축안이 (의회에서)통과될 것"이라며 냉소했다.

반면, 또 다른 시민 파나기오티스 아다모풀로스는 "만약 파업이라도 벌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국 고작 월급 300유로(약 36만 원), 연금 200유로(약 24만 원)만을 손에 쥐게 될 것"이라며 파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무분별한 복지 혜택 등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며 국채 발행을 할 수 없게 된 그리스는 2010년부터 3차례에 걸쳐 EU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채권단에게 3차례에 걸쳐 구제금융을 받아 연명하고 있다.

돈을 빌린 대가로 경제 구조 개혁에 나서는 한편 월급을 줄이고, 연금을 깎고, 복지 혜택을 줄이는 등 혹독한 '허리띠 졸라매기'를 7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 사이 경제 규모의 4분의 1이 쪼그라들고, 실업률은 한때 27%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23% 선을 유지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거의 50%에 육박한다. 또, 빈곤율이 35%를 넘나들며 국민 3명 중 1명꼴로 가난으로 내몰렸다.






한편, 그리스 정부는 오는 22일로 예정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3차 구제금융 추가 분할금 집행이 승인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6일 전화통화를 해 그리스 채무 문제를 논의했다고 그리스 정부가 전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가 고통을 감내하며 추가긴축안을 수용하는 대신 유럽 채권단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179%에 달하는 그리스의 막대한 채무 부담을 완화해 주는 방안을 이달 안으로 마련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이런 이유로 이날 양국 정상의 통화에서도 그리스 채무 완화 문제가 주로 논의된 것으로 관측된다.

EU와 함께 그리스 채권단의 한 축이지만 그리스 채무의 지속불가능성을 경고하며 3차 구제금융에는 아직 발을 담그지 않고 있는 IMF는 EU의 그리스 채무 완화 조치가 선행돼야 구제금융에 참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리스는 이번 채무 위기를 넘기면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에 참여, 채권 시장에 복귀한다는 구상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은 그리스가 오는 7월 3년물 또는 5년물의 국고채를 발행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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