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란 대선 열기…투표용지에 후보이름 직접 적어 '한표' 행사

입력 2017-05-19 17:38  

[르포] 이란 대선 열기…투표용지에 후보이름 직접 적어 '한표' 행사

젊은 층 로하니 vs 노장년층 라이시 지지…팽팽한 대결

휴일 금요일 모스크·학교에서 투표…"누구 찍을까" 즉석 토론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 19일(현지시간) 테헤란 북부 샤리아티 거리의 호세이니 에르샤드 모스크 앞엔 오전 7시 30분부터 유권자가 모여들었다.

투표가 시작된 8시께엔 금세 100m가 넘는 줄이 생겼다.

이란에서 투표소는 보통 모스크에 설치된다. 시내 곳곳에 있어 접근하기 쉽고, 실내가 넓고 천장이 높아 투표소로 적당하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의 투표소가 달라 따로 줄을 서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고 남녀가 섞인 곳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처럼 유권자별로 주민등록상 주소에 따라 지정된 투표소가 있는 게 아니라 주소지와 관계없이 어느 투표소에서나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이란에선 사전투표는 없지만 방식은 한국의 사전투표와 비슷한 셈이다.

투표일은 따로 임시 공휴일을 지정하지 않고 공휴일인 금요일을 이용한다.






투표소를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점이 투표용지다.

신원이 확인되면 일련번호가 적힌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는데 후보의 기호와 이름 옆의 칸에 기표 용구로 도장을 찍는 게 아니라 직접 펜으로 후보자의 이름을 적는 방식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철자가 크게 틀리지만 않으면 대개 유효표가 된다"며 "하산 로하니를 호세인 로하니로 쓴다면 유효표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투표함은 케이블 타이로 밀폐된 반투명 플라스틱 통이 사용됐다.

기표소가 있었지만 대부분 유권자는 투표소 안의 의자에 앉아 삼삼오오 모여 현장에서 상의해가면서 후보의 이름을 썼다.

다른 사람이 어떤 후보를 적었는지 보려고 하면 충분히 볼 수 있었다.






아미르(33) 씨는 "선택한 후보를 비밀로 할 수 있지만 가족이나 친구는 어차피 내가 누구를 지지하는지 아는데 굳이 가리고 쓸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 선거와 함께 시의회 선거도 함께 치러졌다.

모두 22명을 뽑는 시의회 선거의 투표용지도 한국과 달랐다.

소선거구제인 한국은 후보를 단 1명만 선택할 수 있지만, 이란은 투표용지에 후보자 중 자신이 선호하는 22명의 후보의 이름과 후보별로 부여된 코드 번호를 모두 적으면 된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22명이 되지 않으면 일부만 적은 뒤 나머지는 빈칸으로 놔둬도 유효표가 된다.

이런 투표방식 탓에 후보의 이름을 다 외우지 못하는 유권자들은 스마트폰이나 소형 유인물을 보면서 꼼꼼히 선택한 시의회 후보의 이름을 하나씩 써 내려갔다.

이란은 사실상 정당제가 없고 선거 때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정파나 정치 그룹을 조직해 선거에 나선다.

이번 선거에서 로하니 대통령을 지지하는 중도·개혁성향 정파는 '희망의 명단', '녹색 운동'과 같은 이름을 내걸었다.

이날 치러진 이란 대선은 로하니 대통령과 보수 진영 단일후보 에브라힘 라이시의 맞대결 구도가 형성돼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로하니의 주요 지지층은 20∼40대와 대도시, 여성이다. 엄숙한 종교적 율법에 다른 통제를 강조하는 보수 정권에 반감을 가진 계층이다.

라이시는 노장년층과 지방 소도시, 빈곤층에서 인기가 높다.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취약층으로, 라이시는 이들에게 생활을 보조하는 정부 지원금을 올려주겠다고 공약했다.

이 때문에 라이시를 반대하는 측은 "빵으로 표를 산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2013년 6월 대선에선 72.8%의 투표율을 기록해 로하니 대통령이 50.9%로 승리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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