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르포] 테러충격에 도시기능 마비…"제2의 수도가 당했다"

입력 2017-05-23 18:11   수정 2017-05-23 19:11

[맨체스터 르포] 테러충격에 도시기능 마비…"제2의 수도가 당했다"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살해하는 게 너무 쉽다" 시민들 충격·공포 휩싸여

런던 이은 잇단 테러에도 "테러에 굴복 않겠다" 다짐…이슬람혐오도 커져

파리 바타클랑 이어 또 공연장 찾은 젊은층 타깃…테러차단 더욱 힘들 듯




(맨체스터<영국>=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런던 의사당 부근에서 차량 테러가 발생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중부 도시 맨체스터에서 대형 테러를 당한 영국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맨체스터시티 등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구단으로 유명한 축구 도시 맨체스터의 북부 빅토리아 기차역과 맞닿은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22일(현지시간) 밤 터져 나온 굉음은 영국 전역을 극도의 불안에 빠뜨렸다.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살해하는 게 너무 쉽다"는 충격이 일순간 영국을 집어삼켰다.

아레나에서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을 즐기던 무고한 시민들이 22명이나 목숨을 잃고 50여명이 다쳤다.

52명이 사망한 지난 2005년 7월 7일 런던 지하철 테러 이후 최대 테러로 기록된다. 영국인들의 뇌리에 아직도 생생한 7·7 런던테러를 떠올리게 했다.

영국은 프랑스, 벨기에, 독일 등 그간 유럽 대륙에서 테러가 잇따랐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4월 영국 태생의 '외로운 늑대'가 런던 의사당 부근 다리 인도에 승용차 한 축을 올려놓은 채 400m가량을 광란의 질주를 벌여 사람들을 볼링핀처럼 쓰러뜨린 사건에 영국민은 긴장했다.

이제 안전한 곳은 없을 것이라는 불안한 예감은 그후 정확히 2개월 만에 대형 테러에 맞딱뜨리면서 확인되고 말았다.

23일 아침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주변 200m 가량은 사방이 경찰 통제선으로 철저히 통제됐다. 상공을 맴도는 경찰 헬기에서 들려오는 로터 소리가 더는 축구에 열광하는 도시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운다.

아레나 주차장에는 주차된 승용자들이 몇 대 덩그러니 남아 아수라장이었던 당시 현장 상황을 말해주는 듯싶다.




아레나에서 50m가량 떨어진 작은 공장에 일하러 나온 40대 수브룩 씨는 "런던 다음의 제2의 수도가 당했다"고 했다.

실제로 영국 제2의 도시는 중부 버밍엄이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민들에게 맨체스터는 잉글랜드 북부를 대표하는 영국 제2의 도시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이번 테러는 런던에 이어 제2의 '수도'를 겨냥한 의도된 테러라는 것이다.

출근길에 만난 라이트 씨는 "맨체스터에서 과거 아일랜드공화군(IRA·북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한 무장투쟁 조직) 폭발 테러가 있었는데 어젯밤 뉴스를 듣고 그 기억이 떠올랐다. 다시 그런 끔찍한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수십년 동안 잉글랜드를 불안케 떨게 했던 IRA 테러들을 떠올리게 할 만큼 이번 테러가 가한 심리적인 충격은 컸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테러는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과정에서드러났던 반(反)이민, 특히 이슬람포비아(이슬람혐오) 정서를 짙게 할 조짐이 엿보인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의 60대 닐 씨는 대뜸 "테러범이 무슬림(이슬람교도)일 것이다"고 단언했다.

아직 용의자의 신원이 공개되지 않았고 무슬림이라는 정황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하자 그는 "그래도 무슬림이 틀림없을 것이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영국 경찰 당국이 용의자와 관련한 아무런 정보도 내놓지 않은 상황임에도 SNS에서는 무슬림을 테러범으로 단정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모든 테러범은 무슬림이다. 하지만 모든 무슬림이 테러리스트는 아니다"는 트윗글도 퍼날라지고 있다실제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에서 반(反)이민 감정을 드러내놓고 얘기하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름 앞으로 다가온 조기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이민 억제를 위해 EU와 완전히 관계를 끊는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를 추구하겠다면서 국민의 신임을 묻는 조기총선을 요청했다. 이민자들을 10만명으로 줄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이번 테러는 이전의 테러 방식이 학습돼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테러당국의 테러예방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년층이 관객 대부분인 미국 유명 팝가수 공연장을 겨냥한 것은 2015년 11월 파리 바타클랑 공연장 테러와 똑같다. 이른바 '소프트 타깃'인 불특정 무고한 시민들, 그중에도 젊은이들을 목표로 삼았다.

아직 테러에 이용된 폭발물의 종류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제 폭발물로 드러날 경우 이슬람국가(IS) 등이 인터넷을 통해 광범위하게 유포시킨 방법을 이용한 '로우 테크' 테러 불안을 고조시킬 전망이다.

승용차와 트럭 테러가 잇따르자 사실상 테러를 막는 것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이미 제기돼온 마당이다.

테러를 당한지 반나절이 지난 맨체스터는 모든 기차는 멈춰섰고, 시내버스와 트램은 일부 운행 또는 제한 운행을 하는 등 충격에 도시 기능이 일부 마비된 상태에 빠졌다.

ju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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