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아니다" 1억 수표 찾아준 기초수급자 보상금 거부(종합)

입력 2017-05-24 18:02  

"내 돈 아니다" 1억 수표 찾아준 기초수급자 보상금 거부(종합)

우영춘씨 "사는게 힘들지만 감사…정직하면 행복 오지 않겠나"

월급 85만원 택배 일…"본인 후원금도 어려운 이웃과 나눠 써"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정직하게 산다면 행복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길을 가다 주운 '1억 수표'를 곧장 경찰 지구대에 가져가 주인을 찾아준 미담의 주인공 우영춘(53)씨는 24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씨는 지난 10일 오후 경기 부천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앞에서 1억1천500만원 짜리 수표가 든 봉투를 주워 주인을 찾아준 선행으로 최근 경찰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그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가운데 하나인 조건부 수급자다. 자립을 도우려는 목적으로 정부의 '자활 사업' 등에 참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생계급여를 받는다.

넉넉지 않은 형편인 우씨는 가슴속에 새긴 '정직'이란 단어를 단 한 번도 저버린 적이 없었다고 한다.

과거 지갑이나 돈을 주웠을 때도 이번과 마찬가지로 곧바로 경찰을 찾아 주인에게 돌려줬다.

더욱이 이번에 우씨는 1억원이 넘는 수표를 서슴없이 돌려주면서 법적으로 보장된 보상금 마저 거부했다. 오히려 돈을 잃어버린 사람을 걱정할 뿐이었다.

우씨는 "내 것이 아닌 돈을 가질 수는 없다"며 "돈을 잃어버린 사람은 짧은 시간이나마 얼마나 가슴 졸였겠나. 보상금을 준다는데, 그 돈을 벌려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거절했다"고 말했다.




정직하기로는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우씨지만, 그의 일과를 보면 부나 명예, 삶의 수준이 정직한 대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우씨는 국가에서 제공한 일자리인 부천나눔지역자활센터(자활센터) 물류사업단 관할 '나눔 행복 택배'에서 근무한다.

부천 시내 아파트 단지를 구역별로 맡아 하루 수십 건의 택배 물량을 처리하는 일이다.

주 5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빠짐없이 출근하는데, '1억 수표'에도 욕심부리지 않은 그의 한 달 월급은 85만원 수준이다.

단 하루도 허투루 일한 적 없는 우씨가 받는 월급이라고 하기에는 크지 않은 금액이다.

여기에 생계·주거 급여를 월 40만∼50만원씩 받아 한 달에 130만∼140만원을 손에 쥔다.

그런 우씨에게 딸린 가족은 지적장애 2급을 앓는 고등학교 2학년 딸과 초등학교 3학년 딸 둘이나 된다.

집을 나간 아내와는 오래 전에 헤어져 현재 세 식구가 월세 30만원짜리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다.

장애를 가진 딸을 홀로 키우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우씨는 불평·불만은커녕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씨는 "사는 게 힘들긴 해도 일을 해 월급을 받을 수 있고, 지자체에서 주는 급여도 있어서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장애를 가진 딸을 키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나는 두 딸이 점심은 학교에서, 저녁은 지역아동센터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며 "내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삶을 정직하게 산다면 행복이 찾아올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자활센터 관계자들은 항상 주변의 더 어려운 이웃들을 배려하는 우씨의 곧은 성품을 익히 알고 있다.

자활센터 이정우 팀장은 "우씨는 한 기업에서 들어온 본인의 후원금을 다른 어려운 이웃과 반씩 나눠쓰고 있다"며 "두 딸의 병치레가 잦아 병원비가 상당할 텐데 매번 나눔을 실천하는 우씨가 놀라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1억 수표'뿐만 아니라 10만원짜리 수표, 휴대전화 등을 주워 지구대에 가져다 준 적이 여러 번"이라며 "근무 중 54만원짜리 택배 물품을 잃어버린 뒤 솔직하게 말하면서 자신이 갚겠다고 나선 적도 있을 정도"라며 정직한 우씨를 칭찬했다.




우씨는 이날도 계속 근무 중이어서 전화를 받지 않거나 통화가 돼도 "일해야 한다"며 금방 전화를 끊어 인터뷰는 여러 차례의 통화 끝에 어렵사리 이뤄졌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세상에는 더 착한 일을 하는 사람, 정직한 사람이 많아요", "더 큰 선행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서 그분들의 목소리를 많이 담아주세요"

"언론에 알려지기 부끄럽다"며 한사코 자신의 선행을 내세우기 꺼리던 우씨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당부했다.

ky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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