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맞선 레지스탕스의 영웅이자 전후 프랑스 정치의 초석을 다진 샤를 드골(1890∼1970) 전 대통령의 묘역이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8일 르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오트마른 지방의 소도시 콜롱비 레 드 제글리즈에 위치한 드골의 묘역에 지난 27일 오후 5시30분께 한 남성이 무단 침입했다.
이 남자가 드골의 묘역에 들어가 묘 기단에 세워진 1.5m 높이의 대리석 십자가를 두 차례 발로 차 쓰러뜨리고 침을 뱉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드골의 묘역은 매년 1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24시간 감시카메라가 작동하고 있다. 경찰은 30대로 추정되는 이 남자를 뒤쫓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날은 프랑스의 레지스탕스(Resistance) 기념일이었다. 경찰은 그러나 묘역 훼손이 정치적인 목적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1·2차 세계대전 때 장교로 참전했던 드골은 특히 2차대전 당시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항복하자 런던으로 건너가 자유프랑스민족회의를 조직, 임시정부 수반을 지내며 대독항전(레지스탕스)을 이끌었다.
해방 후엔 총리로 재직하며 개헌을 주도, 1958년 제5공화국을 선포하고 초대 대통령을 지냈다. 드골은 전후 프랑스의 재건과 부흥을 이끈 정치가로 여전히 프랑스에선 '국민 영웅' 대우를 받고 있다.
드골의 묘역 훼손 사건이 알려지자 정치권은 일제히 개탄스럽다는 논평을 내놨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트위터에 "슬프고 충격적이다. 드골 장군의 묘역을 훼손한 행위는 프랑스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야당인 공화당의 프랑수아 바루앵 총선대책위원장도 SNS에 "레지스탕스 기념일에 일어난 사건이 우리를 분노와 충격으로 몰아넣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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