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장편 낸 이외수 "10년 넘게 달의 지성체와 교감중"

입력 2017-05-30 13:51  

신작 장편 낸 이외수 "10년 넘게 달의 지성체와 교감중"

"포켓몬 잡으며 썼다"…'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창고의 쥐들이 식구들이 먹을 것보다 더 많은 쌀을 먹지 않았습니까. 세상을 썩지 않게 만드는 방부제가 돼야 할 존재들이 세상을 빨리 썩어 문드러지게 만드는 부패촉진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존재들을 소설에서 응징했습니다."

소설가 이외수(71)가 2권짜리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해냄)를 냈다. 2005년 '장외인간' 이후 12년 만의 장편이다. 오랫동안 천착해온 인간의 구원이라는 주제를 판타지적 장치로 녹여냈다. 외계 생명체와 교감해온 작가의 '경험'도 반영됐다. 작가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소설은 현실 이상의 것이어야 한다. 상상력이 결여된 사람이 현실에 집착한다"며 작품을 소개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수목원을 운영하는 정동언은 억울한 사람들의 앙갚음을 대신 해주는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차린다. 식물과 교감하는 '채널링' 능력의 소유자인 그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식물들로부터 억울함을 신고받아 보복을 수행한다.

정동언과 '썸 타는 관계'인 화원 주인 한세은이 행동대장, 검사인 정동언의 친구 박태빈이 법률고문이다. 정동언과 박태빈의 고등학교 국사 선생님이었던 노정건은 지역신문 '민초정론'을 발행하며 부정부패를 고발하다가 이사로 합류한다.

"고양이를 괴롭힌 남자를 응징해야 한다는 풀과 나무들이 많아서 채널링을 신청했어요." (1권 74쪽) 보복대행은 고양이 이마에 대못을 박은 동물학대를 벌하며 시작한다.

4대강 사업으로 이득을 챙긴 대학 교수, 사실을 왜곡·은폐한 언론도 응징대상에 오른다. "국고 22조를 쏟아부었으면 뭐라도 나아져야 하는데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다니, 얼마나 지랄 같은 일인가." (2권 286쪽) '녹조라떼'로 전락한 강물을 직접 들이켜도록 하는 게 목표다.






자연과 교감하며 악을 응징해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이들의 대의에선 비장미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수시로 등장하는 비속어와 박태빈의 특기인 '아재 개그' 덕택에 소설의 분위기는 가벼운 편이다.

"너 신사가 자기소개할 때 뭐라고 하는 줄 아냐." "뭐라고 하는데." "신사임당." ???. (1권 38쪽)

식물과 교감하는 정동언은 작가의 분신으로 보인다. 작가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만물과 소통 가능해야 한다"며 "10년 여 동안 달의 생명체와 채널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함께 하는 분들이 계시고 공개 채널링을 한 적도 있습니다. 달의 지성체와 주로 대화를 많이 나눴습니다. 달의 지성체는 지구인에 비해 과학이나 철학이 1천 년 정도 앞서 있다고 합니다. 달에서 지구까지 오는 데 3초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중국 인구만큼의 지성체들이 달 뒷면 지하에 기지를 형성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술이나 정치는 존재하지 않고 정보나 의식은 공유합니다."

"가까이서 만져볼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에 달의 지성체는 "만장일치로 결의해야 하는 문제"라고 답했다고 한다. 작가가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채널링'이 일종의 풍자나 우화 아니냐는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쪽에서는 '우리가 달의 지성체가 아니라는 걸 입증할 수 있느냐'고 합니다. 최순실이나 박근혜가 존재하는 나라에서는 그 이상도 가능합니다."

위암과 유방암으로 투병해온 작가는 완치 판정을 받고 "포켓몬스터를 열심히 잡으며" 집필했다고 한다. 이번 작품은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됐다. 40만 독자를 모으며 '누적 구독자' 1위를 기록했다. 작가는 "책을 너무 안 읽는 시대가 왔다. 하지만 서점만 시장이 아니다.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독자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최초로 웹에 연재해봤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지난해 연말 공개된 '사법부 간부 사찰' 문건에 이름이 등장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그때부터 사찰자 명단에 올라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도종환 시인에게 "문화예술에 대한 가치관은 남다르리라 생각한다"고 기대하면서 새 정부를 향한 바람도 밝혔다.

"이 나라 전체에 사랑이 흘러넘치는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부보다는 국민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정부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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