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 "블랙리스트 불행한 일…음악은 운명이자 천직이죠"

입력 2017-05-30 13:54   수정 2017-05-30 14:29

신중현 "블랙리스트 불행한 일…음악은 운명이자 천직이죠"

'튠업' 뮤지션들, 신중현과엽전들 1집 재해석한 헌정앨범 발매 기자회견

"엽전들 1집, 한국적인 록 위해 야심 품고 만들어…후배들 음악성에 놀라"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예술계 블랙리스트 등 여러 가지 일이 생긴 건 참 불행한 일이죠."

'록의 전설' 신중현(79)은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 히트곡들이 금지되는 탄압을 겪은 대표적인 뮤지션이다.

그는 29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신정동 CJ아지트광흥창에서 열린 '튠업' 헌정앨범 '신중현 디 오리진'(THE ORIGIN) 발매 기자회견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 당시 불거진 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같이 답했다.

이날 행사는 CJ문화재단 대중음악 지원 프로그램인 튠업의 젊은 뮤지션들이 신중현에게 1974년 밴드 '신중현과 엽전들' 1집을 재해석한 앨범을 헌정하는 자리였다.

기자회견 전 헌정앨범의 스페셜 트랙으로 담긴 '아름다운 강산'의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왔다.

이 곡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 반대를 요구하는 태극기 집회에서 불려 신중현의 장남인 신대철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곡이다. 신대철은 "박정희 찬양가를 만들라는 요구를 거절하자 아버지 작품들이 줄줄이 금지곡이 됐다"며 고심하던 아버지가 신중현과 엽전들 2집에 '아름다운 강산'을 수록했다고 배경을 소개한 바 있다.

신중현은 "지금 한국이 정책이 잘못돼 블랙리스트 등 여러 가지 일이 있는데 (후배들을 보면서) 이 시대의 바람직한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헌정 앨범을 듣고 깜짝 놀란 것은 젊은이들의 음악성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후배들이 노래의 기본 틀을 무너뜨리지 않고 각자의 음악성을 펼쳤다"고 칭찬했다.

'신중현 디 오리진'에는 정원영과 이이언이 각각 총괄 디렉터와 프로듀서로 참여했으며 ABTB가 '생각해', 아시안체어샷이 '그 누가 있었나봐', 블루파프리카가 '긴긴 밤', 박소유가 '설레임' 등을 각자의 색깔로 수록했다.

정원영은 "신중현과 엽전들 1집은 명곡의 집합체다. 신중현의 명반이면서 가요사를 통틀어서도 명반 중의 하나"라고 이 앨범을 리메이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신중현과 엽전들 1집은 전통 음악의 5음계를 사용한 한국적인 멜로디에 서양의 하드록을 접목해 한국적인 록의 원형으로 불린다.

신중현은 "한국적인 록을 보여주고자 야심을 품고 만들었던 앨범"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세계적으로 록 붐이 일어난 시기였어요. 록은 하나의 음악 흐름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문화 교류를 하는 발판 역할을 했죠. 록이 모든 음악을 수용하는 성질이 있어서 자기 나라 문화를 얹어서 교류할 수 있는 공통성이 있거든요.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한국적인 록을 주장한 게 이 앨범으로, 한국적인 흥이나 정서를 록에 얹어서 우리의 잠재된 음악성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은 취지였어요."

그러면서 그는 "곡이 완전히 변모해서 새로운 모양으로 나타난 것을 보고서 역시 좋은 후배들이 있구나, 너무 좋았다"며 "나도 이 시대에 태어났으면 도전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타이틀곡 '미인'은 여러 가수가 함께 연주하고 불렀다. 역동적인 바이올린 선율로 시작해 3명의 드러머, 6명의 기타리스트, 모든 보컬의 합창으로 구성해 웅장한 사운드를 구현했다. 이 곡에는 튠업 뮤지션 외에도 신대철, 장기하, 크라잉넛의 박윤식 등이 참여했다.




CJ사회공헌추진단의 이상준 사무국장은 2011년부터 교류하는 미국 버클리음대로부터 지난해 신중현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겠다는 연락을 받은 뒤 의미를 더하고자 헌정앨범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또 후원하는 실력파 인디 뮤지션들이 대중적으로 접근하고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버클리음대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신중현은 "내 음악만 열심히 했는데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인정받을지 상상도 못 했다"며 "(학위수여식에서) 세계적인 음악인들과 같이 앉아있다는 게 나로선 꿈과 같은 일이었다. 더 이상의 바람이 없을 정도로 영광이고 좋은 결실이었다. 오늘 이 자리도 내겐 과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60년간 에너지를 갖고 음악 하는 원천에 대해 "난 아는 게 음악밖에 없다 보니 음악에 열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음악으로 인생을 보낸 건 내 운명이다. 하늘이 준 천직인 것 같아 최선을 다했다. 지금까지도 음악을 떠나선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중현 디 오리진'에 수록된 11곡은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오는 31일 3곡이 파트1, 6월 7일 3곡이 파트2로 음원사이트에 공개된 뒤 6월 14일 앨범이 출시된다. 6월 24일에는 CJ아지트광흥창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 열린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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