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거장' 유스리 나스랄라 "사회보다는 개인에 초점"

입력 2017-06-02 16:40   수정 2017-06-02 18:24

'이집트의 거장' 유스리 나스랄라 "사회보다는 개인에 초점"

제6회 아랍영화제 참석차 첫 방한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제가 사회파 감독이라고요? 저는 사회적 이유로 영화를 만든 적은 없습니다. 먹고, 사랑하고, 노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조금은 남들과 다른 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왔을 뿐이죠."

이집트의 거장 유스리 나스랄라(65) 감독이 지난 1일 개막한 제6회 아랍영화제 참석차 한국을 처음 찾았다.

현재 아랍 영화계에서 가장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는 그는 이집트 사회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영화 속에 녹여내 '중동의 켄 로치'로 불린다. 켄 로치 감독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 등을 연출한 영국의 사회파 거장이다.

2일 서울 남대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유스리 나스랄라 감독은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에 대해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영화인으로서 작품 활동과 사회적 활동은 별개"라면서 "제가 좋아하는 개인의 모습을 담다 보니 사회상이 녹아들어 간 것일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카이로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정치학을 전공한 감독은 1988년 직접 각본을 쓴 '여름 도둑'으로 데뷔했다. 이후 '메르세데스'(1993), '소년과 소녀, 머리 스카프에 관하여'(1995) 등을 연출했다.






2004년 '태양의 문'(2004)과 '혁명 이후'(2012)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얻었다. 특히 '혁명 이후'는 2011년 아랍권에 불었던 반독재 시위인 '아랍의 봄' 이후 이집트 사회의 극단적인 갈등을 그려 호평을 받았다. 영화는 혁명에 참여한 시민단체 소속 중산층 여성과 혁명에 반대하는 빈곤층 마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감독은 타흐리르 광장의 실제 시위 현장에서 일부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2011년 이집트인들은 (장기 독재 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의 축출을 원했기 때문에 모두가 하나가 됐을 것으로 생각했죠. 그러나 무바라크가 축출된 이후 군부는 군부대로, 공산주의자는 공산주의자대로 각자의 사상에 맞춰 싸우기 시작했죠. 이 과정에서 정작 관광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빈곤층 사람들은 혁명 이후 관광객이 줄면서 먹고 살기가 어려워집니다. 즉, 혁명에 가장 동조하고 지지할 것 같은 빈곤층 사람들이 왜 혁명에 반대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영화 속에 담겨있습니다."

그는 영화와 별개로 꾸준히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다. 2010년 이란의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가 정치적 이유로 구속되자 이에 항의하는 성명에 참여하기도 했다. 감독은 "동료 영화인이 영화를 만든다는 이유로 체포됐으니, 같은 동료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제가 같은 상황에 놓였어도 다른 영화인들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영화에도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홍상수,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작품을 대부분 봤다는 그는 "한국영화는 독창적이고, 창의적"이라고 평가했다.

감독은 지난해 신작 '냇물과 들판, 사랑스런 얼굴들'을 선보였다. 시골 마을의 작은 결혼식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영화로, 강렬한 아랍의 색채가 잘 드러나 있다.

"이 작품이 제 영화 중에서 가장 정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사랑을 나누고, 춤을 추는 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감정인데, 종교나 독재정권은 이런 것을 죄처럼 취급합니다. 저는 이에 반대해 이런 감정이 나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죠."

유스리 나스랄라 감독의 작품들은 오는 7일까지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 부산 영화의전당,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6월 2∼4일)에서 만날 수 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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