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항쟁 30주년] 사진·호외에 깃든 이한열 숨결

입력 2017-06-07 16:00   수정 2017-06-07 16:04

[6·10항쟁 30주년] 사진·호외에 깃든 이한열 숨결

최루탄 피격 전후 컬러사진, 장례식 학보 호외 등 첫 전시

연세대박물관·이한열기념관서 내달 8일까지 동시 진행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1987년 민주화 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이한열 열사를 기리는 전시회는 그의 30주기를 맞은 올해 더욱 풍성하게 열린다.

7일 이한열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017이 1987에게'라는 주제로 30주기 특별기획전이 열사 모교인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의 연세대박물관에서 사업회 주최로 막을 올린다.

지금까지 발굴되지 않았던 새로운 이 열사 관련 전시품들이 대중 앞에 첫선을 보인다.

당시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속 사진사였던 네이선 벤이 촬영한 이 열사의 최루탄 피격 전후 모습 사진 2점이 이 자리에서 공개된다.




지금까지 이 열사를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킨 사진은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그를 당시 도서관학과 2학년이던 이종창 씨가 부축해 끌어올려 세운 장면을 찍은 것이었다.

이번에 공개되는 벤이 찍은 사진엔 피격 직후 아스팔트에 쓰러진 이 열사를 이씨가 부축하려 하는 모습이 담겼다. 벤은 이 열사가 피격 전 다른 학생들과 시위를 하는 장면도 포착했다.

사업회 관계자는 "학생들이 최루탄을 피해 숨는 급박한 모습을 담은 사진이나 최루탄 맞은 열사와 학내 상황을 함께 보여주는 사진은 이번에 공개된 사진이 처음"이라며 "다른 사진과 달리 컬러본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1988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외신 기자들이 한국을 방문했는데 네이선 벤도 올림픽과 관련해 한국을 취재하던 차에 이런 사진을 찍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의 1987년 7월 9일자 특별 호외판도 공개된다. 그해 6월 9일 피격 이후 세브란스 중환자실에 있다가 7월 5일 끝내 숨진 이 열사의 장례식 소식을 다룬 것이다.

두 면으로 된 한 장짜리 호외 1면에는 '벗이여 고이 가소서 그대 뒤를 따르리니'라는 헤드라인이 적혔다.

연세춘추의 모든 정규판본을 보관하는 연세대 학술정보원도 이 호외는 소장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그 가치가 작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호외는 연세대 85학번 임종규 씨가 30년간 보관하다가 최근 사업회에 기증했다.




어느 전투경찰이 1987년 6∼7월을 연세대 앞에서 보내며 심경을 적은 일기도 빛을 본다.

이 열사와 동갑인 최모(51)씨는 부대 안에서는 글을 자유롭게 쓰지 못해 휴가를 나갈 때마다 기억을 되살려 일기를 썼다고 한다.

최씨는 이 열사가 최루탄에 맞은 그해 6월 9일에 대한 일기에서 "그때의 상황이야 지금 상세히 기억해낼 순 없지만, 그날 한열이는 우리의 눈앞에서 쓰러져 갔다"고 썼다.

이어 "당시 우리 중대(45중대)와 44중대가 정문을 담당해서 SY44탄을 동시에 쏘았었다. 한 개 중대에 사수가 15명 정도 되니까 약 30명이 함께 쏘아서 그 중 한 발 정도가 너무 각도가 낮았는지 한열이의 머리에서 터진 것이었다"고 기록했다.

최씨는 이한열기념사업회에 "조금이라도 (진압에서) 주춤거리면 그날 밤 고참에게 엄청나게 맞았다"며 "학생과 전경 모두에게 비극이었던 시대였다. 독재정권은 학생과 전경이 서로 미워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열사와 같은 시공간을 살면서 다른 쪽에 설 수밖에 없었던 이의 일기다.




사업회는 이외에도 연세대 동문이 기증한 이 열사 사망 당시의 유인물, 성명서, 대학 신문 등 기록 자료를 전시회에서 공개한다.

사업회 관계자는 "지금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가 있지만, 인터넷도 없던 그 시절엔 이런 종이 유인물이 SNS 역할을 해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기능을 했다"며 "모두 역사와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 유물들"이라고 평가했다.

특별기획전은 내달 8일까지 연세대박물관과 신촌 이한열기념관 등 두 곳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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