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지원국'서 '테러 피해국'된 이란…머쓱해진 美·사우디

입력 2017-06-08 05:26  

'테러 지원국'서 '테러 피해국'된 이란…머쓱해진 美·사우디

트럼프 지난달 "이란 테러조직 지원…고립시켜야" 연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한 7일(현지시간) 테헤란 연쇄 테러로 '테러 지원국'으로 지목됐던 이란이 순식간에 '테러 피해국'이 됐다.

무고한 시민을 겨냥한 테러는 응당 비난받아야 할 범죄행위이지만, 이란으로서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와 갈등 국면에서 이런 '오명'이 희석되는 반사 이익을 얻게 된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이란에 대한 적대 정책을 선명하게 드러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이란을 옭아매 고립시키려 했던 근거가 바로 '테러리즘 지원'이어서다.

이런 점에서 이란은 이번 테러로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과 미디어의 우세를 앞세운 미국과 사우디의 강도높은 봉쇄 전략에 맞서 다소 반전을 모색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정상 방문해 수니파 이슬람권 50여개국 정치 지도자 앞에서 "이란은 레바논에서 이라크, 예멘에 걸쳐 파괴와 혼돈을 확산하는 극단주의 조직에 돈과 무기와 훈련을 제공한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종파주의 갈등과 테러라는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며 "이성적인 정부라면 이란을 고립시키는데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식적으로 미국 정부가 언급하는 '이란이 지원하는 테러조직'엔 IS가 포함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IS와 이란을 직접 연결하지는 않았지만, 연설의 맥락과 현재 중동 내 테러조직의 활동을 볼 때 이란을 테러리즘의 '주범'으로 몰아붙인 게 사실이다.

특히 이란 의회와 '국부' 이맘호메이니 영묘 등 정치·종교적 상징성을 함축한 곳이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의 표적이 됐다는 점에서 이란이 오히려 종파적 테러에 희생됐다는 점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이달 5일 사우디가 주도한 카타르 단교 사태의 주요 이유 중 하나도 카타르가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이란과 우호적이라는 것이었다. 카타르가 지원한다고 지목한 테러조직엔 이란과 관계 깊은 예멘 반군,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포함됐다.

시기와 정황을 고려해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란 연설과 카타르 단교가 무관하다고 할 수만은 없는 대목이다.






IS의 후원자가 종교적 뿌리(이슬람 와하비즘)가 유사한 사우디라고 주장해 왔던 이란은 테러 직후 반격에 나섰다.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는 7일 낸 성명에서 "다에시(IS의 아랍어 약자)가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것은 미국과 사우디가 개입했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자국 대통령이 테러를 지원하는 주범으로 지목한 지 불과 보름여 만에 시아파 맹주 이란의 수도 한복판에서 수니파 극단세력의 테러가 일어나자 미 정부도 애매한 지점에 떨어지게 됐다.

미 국무부는 7일 "테헤란에서 벌어진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규탄한다. 희생자와 유족에게 애도를 보내며 우리의 뜻과 기도를 이란 국민에 보낸다. 타락한 테러리즘은 평화로운 문명사회에 발붙일 곳이 없다"는 세 문장의 짤막한 성명을 대변인 명의로 냈다.

이란 정부는 언급하지 않고 위로 대상을 '이란 국민'과 희생자 개인에 한정했다.

이는 지난달 사우디 연설에서 이란 국민은 정권의 피해자라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과 같다.

사우디 국영통신사는 테헤란 테러를 보도하지 않았다.

다만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어디서 발생했든 테러와 무고한 시민의 죽음을 규탄한다"면서도 "이 사건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다"고만 말했다.

IS가 이란에서 처음 테러의 배후라고 주장하면서, 이란은 레바논,시리아, 이라크로 이어지는 이른바 '시아파 벨트'의 대테러전에 군사 개입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하게 됐다.

현재는 시리아와 이라크 정부에 군사 고문단을 파견했고 일부 자원병이 정부와 관계없이 전투에 참여한다는 게 이란의 공식 입장이다.

그렇지만 IS 테러의 직접 피해자가 된 만큼 이란혁명수비대 정예부대 쿠드스군과 같은 지상 특수병력을 투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