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 9일 강원도 인제 야산에서 발견된 소형 비행체에서 경북 성주골프장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장면을 찍은 사진 10여 장이 발견됐다. 군 당국은 아직 단정 짓지는 않았지만 북한 무인기가 확실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무인기는 성주 북쪽 수 킬로미터 지점부터 촬영을 시작한 뒤 사드 배치지역 남쪽 수 킬로미터 지점에서 회항해 다시 북상하며 수백 장의 사진을 찍은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북한 무인기의 위협적 성능 개선도 입증됐다. 인제 인근 군사분계선(MDL)에서 성주골프장까지 거리는 약 270㎞에 달한다. 연료 부족으로 MDL을 넘지 못하고 추락했지만 비행 거리가 적어도 500㎞를 넘은 셈이다. 남한 전역을 활동무대로 삼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14년 3∼4월 수도권과 서북도서 등지에서 잇따라 발견된 무인기와는 차원이 다른 위협이라고 하겠다.
북한은 군사위성이 없어 대남 정찰에 무인기를 활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 발견된 북한 무인기 카메라에서도 이번처럼 청와대를 포함해 군사적으로 민감한 시설의 사진들이 나왔다. 하지만 구글어스나 민간위성 서비스 등을 통해서도 남한의 웬만한 시설 사진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이번 무인기가 2㎞ 상공에서 찍은 사드 발사대와 레이더 사진은 확대해야 흐릿하게 보이는 수준으로 군사정보로 활용하기에는 해상도가 많이 떨어진다고 한다. 남한 정찰을 목적으로 무인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볼 수만은 없다. 오히려 고성능 폭탄이나 생화학물질을 실어나르는 비행체 개발을 겨냥하고 있다고 의심해볼 만하다.
군 당국은 북한 무인기의 무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추락한 무인기를 복원해 비행시험을 했다고 한다. 폭탄을 장착한 무인기가 건물에 충돌하는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실험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와 낙하산 대신 약 4㎏의 폭약을 실은 무인기가 건물에 충돌하는 시뮬레이션 실험을 한 결과, 건물피해는 거의 없고 살상범위도 1∼2m에 그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인기 성능을 개선해 실을 수 있는 폭탄 중량을 늘리고 고성능 폭약이나 생화학물질을 싣는다면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금으로선 북한 무인기가 얼마나 자주 우리 영공을 넘어왔는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 군이 격추했다고 발표한 북한 무인기는 단 한 대도 없다. 작년 1월 서부전선에서 MDL 상공을 넘던 무인기를 포착한 것이 유일한 '실적'이다. 북한 무인기가 사실상 제집 드나들듯이 하고 있는데도 추락해야만 그 존재가 드러나는 셈이다. 북한 중앙TV가 지난달 8일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서 위성촬영이라고 소개한 사진이 이번 무인기에서 발견한 것과 아주 비슷하다고 한다. 다른 무인기가 이미 사드 배치지역 촬영에 성공하고 복귀했음을 나타내는 것일 수 있다. 군 당국은 북한 무인기에 대비해 서울 핵심지역에 소형 무인기 탐지레이더와 전파차단장비를 긴급 전력화해 운용 중이다. 하지만 전방지역까지 확대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한다. 북한 무인기가 단순 정찰을 넘어 당장 내일이라도 실질적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