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영화 고정관념을 깨다…이준익 감독 '박열'

입력 2017-06-13 18:42   수정 2017-06-13 18:57

일제강점기 영화 고정관념을 깨다…이준익 감독 '박열'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박열(1902∼1974)은 일제강점기 때 활약했던 독립투사다.

1919년 3·1 운동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그는 일제의 폭압에 분노를 느끼며 일본 제국주주의 심장부인 도쿄로 건너간다. 이후 아나키즘 사상에 심취한 그는 동지들을 규합해 적극적인 항일 투쟁을 전개한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 '박열'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 속 인물인 박열(이제훈 분)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인 일본 여성 가네코 후미코(최희서 분)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그동안 일제강점기 독립투사의 이야기를 그린 한국영화들이 대부분 진중하고 무거웠다면, '박열'은 다소 결이 다르다.

비극적인 시대 속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산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희망과 유머가 있는 밝은 톤으로 담아냈다. 박열과 후미코의 첫 만남이 그려지는 초반부는 마치 현대의 청춘물을 보는 것처럼 경쾌하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감동이 덜한 것도 아니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켰던 두 사람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뜨거운 열정과 사랑이 전해져 진한 여운이 남는다.

1923년 9월 도쿄(東京) 등 간토(관동) 지방에서 규모 7.9의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약 10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다.

지진 이후 폭동 조짐이 일자, 일본 정부는 민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등의 유언비어를 유포한다. 이에 자경단, 경찰, 군인 등이 나서 재일 조선인 6천명을 학살한다.

국제사회 비난이 두려웠던 일본은 조선인 학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당시 아나키스트 사상 단체 '불령사'를 만들어 활동하던 박열을 지목한다. 일본 내각의 계략을 눈치챈 박열은 국제사회의 시선이 대학살 사건에 쏠릴 수 있도록 스스로 황태자 암살 사건 계획을 자백하고, 사형까지 무릅쓴 공판을 시작한다.





영화는 박열이 일본 검사로부터 심문을 받는 과정과 대법원에서 사형 판결을 받기까지 과정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어를 할 줄 아는 박열은 심문 과정에서도 우리말로 당당하게 자신의 죄목을 밝힌다. 그러면서 검찰 심문과 재판 과정을 본인이 주도하다시피 한다. 그런 박열의 모습을 보다 보면 '일제강점기 때 저런 일이 과연 가능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러나 이 작품은 철저한 고증을 통해 완성됐다. 스크린에는 가장 먼저 "이 영화는 고증에 충실한 실화입니다"라는 자막이 뜬다.

배우 이제훈이 '불량기' 다분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굳은 신념을 지닌 조선 청년 박열을 맡아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박열의 연인 후미코 역을 맡은 최희서는 이 영화의 '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동주'에서 일본인 쿠미 역을 맡아 적은 분량에도 눈도장을 찍은 최희서는 이번 작품에서 섬세한 감정연기와 완벽한 일본어 대사 연기로 이제훈 못지않은 존재감을 뽐낸다.

특히 아나키스트인 후미코는 시대극에서 보기 힘든 강인한 여성으로 나온다.

박열이 쓴 시에 반해 그와의 첫 만남에서 "우리 동거합시다"라고 제안할 정도로 당찬 여성이다. 그는 박열을 따라 함께 감옥에 가고, 그의 곁을 끝까지 지킨다. 그러면서도 미소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조연들의 연기도 나무랄 데가 없다. 일제강점기가 배경인 만큼 영화는 대부분 일본어 대사로 진행된다. 조선인 대학살을 조장한 일본 내부대신 미즈노 렌타로 역은 '암살', '아가씨' 등에 출연했던 재일교포 3세 배우 김인우가 맡았다.

이 영화에서는 일본인이 전형적인 악인으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제국주의 만행에 중심에 있던 일본 각료들과 일반 대중은 철저히 구분해 보여준다. 박열 곁을 지키는 후미코를 비롯해 그를 돕는 일본인 변호사, 그의 신념을 지지하는 일본인들이 그들이다. 6월 28일 개봉.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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