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화재 르포] "40대 출동했다는데 직접 불끄는 소방차는 4~5대"

입력 2017-06-14 18:56   수정 2017-06-14 20:16

[런던화재 르포] "40대 출동했다는데 직접 불끄는 소방차는 4~5대"

화재 아파트 건물 입구 주변과 건물로 이어지는 도로 좁은 탓

순식간에 화염 번진 탓에 "사망자 많을 것" 우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소방차 40대가 출동했다고 했는데 건물 바로 앞에까지 가서 불을 끄는 소방차는 4~5대도 안됐다."

14일(현지시간) 새벽 1시께 화재가 발생한 런던 시내 24층짜리 아파트 건물 인근에 사는 코조 오카이 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카이 씨는 아파트 건물 입구로 들어갈 수 있는 도로는 단 하나밖에 없다면서 보여주겠다며 기자를 그 도로로 이끌었다.

해당 도로에 접어들자 좁은 도로 양쪽에 주민들의 차량이 주차돼 있고 도로 가운데 소방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건물에서 약 50m 남짓한 곳에 경찰 통제선이 설치돼 있어 더 이상 갈 수가 없었지만 실제 아파트 건물 입구 주변에는 소방차가 몇 대 보이지 않았다.

화재가 발생한 직후 나와서 상황을 지켜봤다는 오카이 씨는 "출동한 소방차들이 도로를 타고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했다"면서 "지금 보이는 것처럼 도로가 좁고 건물 바로 옆에도 공간이 넓지 않다"고 했다.

도로 양쪽에 주차된 차량은 주차 구역 안에 있었지만 많은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2층 또는 4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길은 순식간에 고층으로 타고 올라가 건물 한쪽 전체를 집어삼킨 뒤 결국 5~6시간 만에 건물 전체를 집어삼켰다.

여기에 오카이 씨의 증언은 출동한 소방차가 대거 화재 진압에 투입될 수 없었던 건물 주변 지형도 초기에 큰 불길을 잡는데 장애물이 됐을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이 아파트는 켄싱턴·첼시 구청이 소유한 임대 아파트로 주로 저소득층이 산다고 이웃 주민들은 전했다.

이웃 주민 앤드류 씨는 "지난해 리모델링을 했는데 불길이 저렇게 빨리 번진 걸 보면 좋은 재료들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오카이 씨와 앤드류 씨는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목격자 고란 카리미는 CNN 인터뷰에서 "불을 피해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도 있었다"며 "건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주민 벤자민 씨는 BBC에 "고층에 사는 사람들은 불이 난 상황을 알지 못한 채 분명히 잠들어 있었을 것이다. 절반도 못 빠져나왔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아파트 건물에 부착된 화재 안내문은 "집안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영향이 없으면 '집안에 머무르라'는 정책을 따르라"는 내용이어서 화재 발생 당시 주민들이 집안에서 대피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


화재가 시작된지 6시간 가량 지난 이날 오전 7시께 건물은 거의 전체가 새카 맣게 타버렸다.

고층부에선 여전히 건물 안에서 시뻘건 화염이 치솟았다. 건물 모서리 일부는 뼈대만 보이는 등 건물이 언제 붕괴되지 모를 만큼 화마의 위력은 엄청났다.

건물 안에선 화염이 여전했지만, 소방차가 물을 뿌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영국은 주요 사무실 건물의 경우 매주 스프링쿨러 작동 여부를 점검하는 소방점검에 나서지만 120여 가구가 살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 아파트 건물이 순식간에 타버린 화재는 막지 못했다. 화재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이미 다수의 사망자가 발견됐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인명피해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이 밝힌 '다수의 사망자'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집 안에서 변을 당한 주민들이 포함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건물이 붕괴 위험에 처함에 따라 경찰은 인근 아파트와 주택들에 사는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ju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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