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조선소 '크레인 참변'은 안전불감증이 불렀다

입력 2017-06-15 16:00  

거대 조선소 '크레인 참변'은 안전불감증이 불렀다

경찰, 삼성중 사고 수사결과 발표 '사고 예방 매뉴얼' 마련 등 권고





(거제=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친 경남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는 공사 현장에서 가장 기본인 안전의식 결여로 발생했다.

거제경찰서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한 수사본부는 "현장 관리자의 관리 소홀, 작업자 간 소통 부재와 위험 장애물 확인 소홀 등 안전의식 없이 관행적으로 작업을 진행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고 당시 회사 측 관리자인 현장 감독자가 다음 작업 준비를 위해 현장을 벗어나 지휘하지 않았고 크레인 간 충돌에 대비한 구체적 교육이나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찰은 작업 현장에 여러 종류의 크레인이 섞여 있어 사고 위험이 상존했는데도 회사 관리자들이 평소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안전의식이 희박한 건 현장 작업자나 회사 관리자나 마찬가지다.

경찰은 현장 작업자들이 충돌로 이어지는 장애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신호수의 무전을 받고도 크레인 이동 등 작업 여부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소개했다.

신호수들은 다음 작업을 준비하려고 현장에서 임무에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일 발생한 사고는 800t급 골리앗 크레인과 32t급 타워크레인이 부딪치면서 일어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타워크레인 러핑 와이어가 골리앗 크레인의 거더(높이 71.3m 가로형 몸체)와 충돌하면서 끊어져 근로자들이 작업하던 해양플랜트 구조물 위로 떨어져 사고를 낸 것으로 판단했다.

타워크레인은 무거운 상층부를 지지대가 받치는 구조다.

수십m 높이 기둥 내부에 구조적 결함이 있거나 충돌 등 외부 요인으로 조금만 흔들려도 균형이 쉽게 무너지거나 휘게 된다.

타워크레인 균형을 유지하고 작업을 위해 이동하는 일은 크레인 기사 한 사람이 할 수 없다.

크레인 기사와 신호수 등이 서로 소통하고 통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작업 때 골리앗 크레인엔 신호수 6명과 기사 2명, 타워크레인엔 신호수 3명과 기사 1명이 배치된다.

장애물 등을 확인하며 서로 무전 연락을 취해야 무사히 작업을 마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 현장 작업자와 감독자가 안전의식 없이 대충 작업을 강행하다 사고를 낸 것이다.

사고 결과는 너무 참혹했다.

이런 사고가 난 지 불과 보름여 만에 삼성중공업 현장에서 불까지 나 작업중지 명령이 다시 내려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나지 않았지만, 안전의식 결여를 또 한 번 드러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크레인 사고로 전면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가 지난달 6일부터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프로젝트 현장 등에서 작업을 재개한 바 있다.

같은 달 15일부터는 사고현장을 제외한 모든 작업장에서 작업을 시작했지만 화재로 다시 작업이 중지됐다.

사고 이후 부산고용노동청의 특별감독에서 삼성중 거제조선소는 866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적발되기도 했다.

특별감독에서 일부 크레인의 안전인증 미실시와 추락방지 미조치, 사업장 내 용접작업 시 화재예방 미조치 등 조선소에서 주로 많이 발생하는 안전 조치 위반이 그대로 드러났다.

경찰은 크레인 사고 원인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관련 기관에 외부전문기관과 함께 근본적인 산업재해 예방 대책을 세워달라고 권고했다.

크레인 중첩지역의 경우 통과절차 마련과 총괄 신호수 운영을 포함한 신호수 업무분장 수립 등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 것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외부 컨설팅 업체 등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질적인 안전교육을 강화해 달라고 경찰은 당부했다.

사고 발생 이후 삼성중은 외부 전문기관 안전점검 정례화, 외부 전문기관과 공동으로 크레인 작업 신호체계 재구축, 크레인 충돌방지시스템 개발을 통한 근원적인 사고방지 대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안전전담 조직을 글로벌 선진업체 수준으로 확대·강화하고, 글로벌 안전 전문가 영입·안전관리 체계 전면 재정비 등 방안도 마련하고 조만간 마스터플랜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해 광역수사대 안전사고 전담팀을 투입하는 등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벌이는 등 비슷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shch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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