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교사로 한국행…"야구에서 인간 모든 감정 느낄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유지호 김승욱 기자 = 일반적으로 영국 하면 떠오르는 스포츠는 축구다.
하지만 영국인 화가 앤디 브라운(36)은 야구, 그것도 한국야구와 사랑에 빠져 있다.
브라운은 영국 러프버러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한 뒤 2009년 한국에 왔다. 부산에 있는 국제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기 위해서였다.
2009년 가을 부산 사직구장의 롯데 자이언츠 홈경기가 브라운의 KBO리그 '첫 경험'이었다.
그는 1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후 야구가 주는 그 생경한 느낌에 점점 매료됐다"며 "야구에 빠져들수록 마치 새 언어를 배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고 돌아봤다.
한국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그는 야구장에서 '본업'까지 살리게 됐다. 파스텔과 물감, 아크릴을 이용해 한국 야구장의 풍경을 화폭에 담게 된 것이다.
스포츠 팬으로서뿐만 아니라 예술인으로서도 야구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었다.
브라운은 "야구에는 희망과 기대는 물론이고 실망도 깃들여 있다"며 "야구에서는 질투와 아픔, 흥분, 공포와 같은 인간의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서울로 거주지를 옮긴 브라운은 어느덧 활동 반경을 넓혀 야구의 본거지인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의 야구장까지 찾아 그림을 그리기에 이르렀다.
베이브 루스, 조 디마지오, 루 게릭 같은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들의 초상화도 그렸다.
광주 챔피언스필드를 제외한 국내 프로야구 구장 8곳을 모두 그려본 브라운이 첫손가락으로 꼽는 곳은 잠실구장이다.
그는 "고척 스카이돔은 마치 큰 UFO가 내려온 것 같은 근사한 모습"이라며 "잠실구장이 특별히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1980년대 한국의 투지 넘치는 기운이 느껴져 가장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브라운은 이렇게 그리는 그림들로 언젠가는 전시회를 여는 꿈을 꾼다.
그는 "야구장을 갈 때는 언제나 그림 도구를 챙긴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런 그도 그림을 그리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래야만 경기를 조금이라도 더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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