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람'보다 '돈'이 먼저…생색내기 바쁜 미래부

입력 2017-06-21 07:30   수정 2017-06-21 08:29

[기자수첩] '사람'보다 '돈'이 먼저…생색내기 바쁜 미래부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연구), 차세대신약기반기술개발사업 등을 수행한 강창율 교수(서울대) 연구팀은….'

20일 미래부가 배포한 연구 성과 보도자료의 첫 문장이다.

미래부 사업명이 연구자 이름보다 먼저 나온다. 연구진의 성과를 알리기보다 '미래부가 이런 연구비를 지원했다'고 생색을 낸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미래부 연구 성과 보도자료의 첫 문장은 모두 같은 형식이다.

①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연구), 해양수산부 해양수산생명공학 기술개발지원사업 등을 수행한 이창환 교수…. (15일 배포)

②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연구), 교육부 글로벌박사양성사업, 보건복지부 질환극복 기술개발사업을 수행한 방창현 교수…. (14일 배포)

③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연구, 집단연구)과 교육부 이공학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을 수행한 이창욱 교수…. (7일 배포)

연구 성과 보도자료는 대부분 과학기술의 주무부처인 미래부가 배포한다.

드물게 다른 부처도 연구 성과 자료를 내는데, 미래부의 형식과는 다르다.

2일 해양수산부가 배포한 자료를 예로 들면 '우리 국민이 가장 즐겨 먹는 조개류인 바지락의 유전체를 세계 최초로 해독'했다는 연구 내용을 가장 먼저 언급하고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안혜숙 박사 연구팀'이라고 연구진을 소개한 뒤 이 연구가 '해양생물 유전자원 보존 및 활용기술 개발사업'으로 수행됐음을 밝힌다.

한국연구재단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연구 성과 자료를 자주 내는 기관 역시 연구자 이름을 소개하고 연구 내용을 상세히 싣는다. 가장 마지막에서야 연구비의 출처를 표기한다.

다만 연구재단은 미래부와 공동으로 배포하는 자료에서는 고수하던 양식의 순서를 뒤집어, 사업명을 첫 문장으로 보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과학기술자는 "연구자가 들러리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세금으로 수행한 연구지, 미래부가 한 게 아니다"라며 "미국 등 해외 사례를 봐도 연구자와 연구 내용이 앞에 나오고, 연구비 출처는 뒤에 나온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보도자료를 이런 순서로 정리하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3개 부처로 나눠서 추진했던 기초원천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합해 미래부가 주관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사업의 예산 심의·조정 권한도 가져가는 등 한국 과학기술에서 미래부의 역할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기본기'인 과학기술을 미래부에서 책임지고 진흥하라는 의미다.

어깨가 무거워진 만큼 미래부가 사소한 것이라도 연구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들을 묵묵히 지원하는 부처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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