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의 경제학] 결혼 기피는 '옛말'…실속 챙기는 예비부부

입력 2017-06-21 11:45   수정 2017-06-21 11:53

[윤달의 경제학] 결혼 기피는 '옛말'…실속 챙기는 예비부부

공공 화장시설 '개장 유골 화장' 예약 쇄도…수의 매출도 '쑤욱'

예식업계 '윤달 비수기라고?'…속설보다 가성비 따지는 세태 반영

(전국종합=연합뉴스) 음력 윤 5월(양력 6월 24일∼7월 22일) 시작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예로부터 윤달에 개장(改葬)은 권하고, 결혼은 피하라는 속설 때문에 장의업계와 예식업계의 희비가 엇갈렸다.

올해 역시 조상 묘를 돌보려는 사람이 몰려 장의업계가 윤달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 예식업계는 윤달 비수기 현상이 과거처럼 두드러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속설보다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르는 세태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탈 없는 윤달, 조상 묘 살펴야"…대목 맞은 장의업계

윤달에는 궂은일을 해도 탈이 없다 해서 조상 묘지를 이장, 개장하거나 보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묘지를 개장해 화장한 뒤 납골당에 안치하거나 자연장을 하려는 수요가 대거 몰려 화장시설 예약이 쇄도한다.

실제 윤달이 있었던 2012년과 2014년 전국의 공공 화장시설에서 이뤄진 개장 유골 화장 건수는 각각 8만7천982건과 8만15건을 기록했다.

윤달이 없었던 2013년 4만8천206건, 2015년 4만6천453건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은 윤달이 낀 해 늘어난 3만∼4만건의 개장 유골 화장 건수는 대부분 윤달을 전후해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윤달 기간 전국 58개 공공 화장시설의 개장 유골 화장 인터넷 예약 건수가 1만6천건을 넘어 사실상 만료됐다.

인천가족공원 관계자는 "여유를 갖고 예약할 수 있도록 기간을 15일 전에서 30일 전으로 연장했는데도 예약 시스템을 개시하자마자 마감될 정도로 수요가 집중됐다"고 전했다.

전화 또는 방문 예약을 받거나 당일 선착순 예약을 받는 곳도 있어 이를 포함하면 예년 윤달에 몰렸던 건수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장례문화진흥원의 설명이다.

윤달 동안 전국의 공공 화장시설은 평소에 운영하지 않는 예비 화장로를 가동하고 시설 운영시간도 연장해 화장 횟수가 일평균 1∼6회에서 2∼8회로 늘어나는 등 풀가동 상태가 된다.

다만 화장시설 수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일부에서는 신고 없이 하는 불법 화장 행위가 성행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장의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이뤄지는 개장 또는 화장의 절반 이상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국 일선 지방자치단체는 이번 윤달을 전후해 신고·허가 절차 없이 분묘를 조성하거나 임의로 개장 또는 화장하는 사례를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윤달을 맞아 수의(壽衣)를 장만하려는 수요도 늘었다.

최고급 삼베 대명사로 통하는 '안동포'를 취급하는 동안동농협 안동포전시관 관계자는 "평상시 하루 10건 정도인 수의 관련 문의가 윤달을 앞두고 3배 가깝게 증가했다"며 "올해 매출은 평상시 3배가 넘는 3억원 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속설보다는 '가성비'…윤달 결혼 기피 '옛말'

'윤달에 결혼하면 부부 사이가 나빠진다'는 속설 때문에 예식업계에서 윤달은 비수기로 통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을 결혼 성수기에 윤달(10월 24일∼11월 21일)이 낀 2014년의 경우 11월 한 달간 전국의 혼인 건수가 2만3천602건으로 전년 동기(2만8천426건) 대비 4천824건(16.9%)이나 줄었다.

당시 예식 관련 업체들은 앞다퉈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윤달 된서리를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서울 소재 A 호텔의 올해 윤달 기간 결혼식 예약률은 오히려 전년보다 10% 이상 올라 마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기간이 계절적 비수기인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것을 넘어 기대 이상의 좋은실적을 거둔 것이다.

서울의 또 다른 B 호텔은 이 기간 토·일요일 기준 결혼식 예약률이 전년과 비슷한 80% 수준을 기록했다.

봄 성수기인 5월과 비교하면 다소 낮은 수치이지만, 윤달 영향을 체감할 수 없다는 게 호텔 측의 설명이다.

예식업계는 최근 들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윤달 속설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경향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히려 업체마다 비수기 대책으로 앞다퉈 내놓은 할인 행사가 실속파 예비부부의 관심을 끌면서 '성수기' 못지않다.

서울의 C 호텔은 윤달 기간 결혼식 예약자에게 당일 호텔 객실 1박, 식전 커피 브레이크, 차량 이송 서비스 1회 등을 무료로 제공해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윤달의 계절적 영향도 관련 속설이 퇴색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달을 피하려고 예약을 미루다 한여름에 식을 올리기보다는 할인 혜택을 누리며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계절에 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이다.

한 예식업계 관계자는 "자신의 개성에 맞는 커스터마이징 웨딩이 유행하는 것처럼 요즘 젊은 예비부부들은 미신이나 속설을 신경 쓰기보다 가성비를 더 따지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고성식 이강일 이재림 전창해 차근호 최은지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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