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외교안보, 출항직후부터 만만찮은 파고 직면

입력 2017-06-21 18:59  

새 정부 외교안보, 출항직후부터 만만찮은 파고 직면

한미정상회담이 첫 시험대…한중 사드갈등 수습도 난제

北, 남북관계 호응 안해…위안부문제 한일 인식차 현격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외교·안보 분야에서 만만찮은 파고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말 탄핵 사태 이후 5개월여간 지속된 정상외교 공백은 새 정부 출범으로 해소했지만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 풀어야 할 각종 외교적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대미·대중 외교의 최대 난제인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원만한 해법 마련이 뜨거운 숙제다.

정부는 지난달 대미 특사 파견을 통해 사드 배치 추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었음을 강조하고 국회 논의 등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추진한다는 구상을 미측에 전달했다.

사드가 완전 배치돼 가동되기까지의 시간적·전략적 '완충지대'를 만들고, 그 기간에 사드 배치의 원인이 된 북한 핵문제 해결에서 진전을 이뤄냄으로써 사드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만든다는 복안으로 보였다.

그러나 사드 발사대 4기 반입에 대한 국방부의 보고 누락 건이 큰 논란을 일으켰고, 사드를 둘러싼 한미간 기류는 문재인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미묘하게 전개됐다.

지난 8일 백악관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 문제와 관련해 격노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중국은 중국대로 한국 정권 교체 후에도 사드 배치 철회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어 정부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우리 기업에 대한 보복 조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20일 베이징(北京)에서 16개월 만에 열린 한중 외교차관급 전략대화에서 사드와 관련한 한국의 "정치적 결단"을 압박했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간 조율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6·15 기념사 발언 후 미국 정부에선 온도차가 있는 반응이 나왔고,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미군의 한반도 배치 전략자산을 축소할 수 있다'는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특보의 16일(현지시간) 방미 발언도 큰 논란을 낳았다.

게다가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에 이어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 오토 웜비어씨의 사망은 대화를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운신 폭을 더욱 좁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29∼3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처음 대면하는 양국 정상이 강력한 한미동맹을 확인하고, 비핵화 공조의 틀을 다질 수 있을지 여부는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첫 시험대로 볼 수 있다.




일본과의 최대 현안인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어려운 숙제다.

아직 '파기 및 재협상'이냐 '유지 및 보완'이냐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이 문제는 양국 관계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해 있다.

한일 외교장관간 21일 첫 통화에서 강경화 장관은 합의를 한국민 대다수가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합의 이행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양측은 입장차만 확인했다.

일본 정부가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로 규정하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왜곡 주장을 초중학교 교과서 제작과 교사 지도지침에 명시한 것도 양국관계에 악재다.

남북관계도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민간교류를 시작으로 북핵 진전에 따라 본격적인 남북대화를 추진한다는 복안이지만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는 동시에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거론하는 등 이른바 '근본문제'부터 풀자는 태도로 어깃장을 놓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명된지 28일 만에야 정식 임명되는 등 외교안보라인의 인선도 출범 이후 홍역을 치렀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21일 "인수위 과정 없이 출범하다 보니 사드와 북핵 등 중요한 현안을 놓고 메시지 관리가 제대로 안됐다"며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간 신중한 접근과 조율이 필요한데, 인사공백 때문인지 잡음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윤 전 원장은 "북한에 주는 메시지에 혼선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이끌어내기 위한 '최대한의 압박' 대열에서 우리 정부가 이탈하려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며, 한미간에 신중한 정책 조율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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