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사건 1호 변호사' 한승헌, 재심 끝에 42년만에 무죄

입력 2017-06-22 12:06   수정 2017-06-22 16:32

'시국사건 1호 변호사' 한승헌, 재심 끝에 42년만에 무죄

'김규남 의원 사형 애도 글' 썼다가 반공법 위반으로 9개월 수감

법원 "변호인 도움 없이 작성된 진술조서로 기소…유죄판결 위법"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이른바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당한 김규남 의원(1929∼1972)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구속됐던 한승헌(83) 변호사가 42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 변호사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시국사건 첫 변호를 맡아 '시국사건 1호 변호사'로 불리는 등 국내 대표적인 인권 변호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이헌숙 부장판사)는 22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던 한 변호사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유죄 근거로 본 한 변호사의 진술조서는 변호인 조력을 받을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작성해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한 변호사는 글 어디에서도 반공법을 언급하지 않았으며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조서나 다른 모든 증거를 살펴봐도 공소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변호사는 자신의 글에서 사형 집행을 당하는 사람을 애도했을 뿐 반공법을 폐지하라는 내용을 담지 않았고 암시하지도 않았다"며 "북한의 선전에 동조한 글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1972년 여성동아에 '어떤 조사'라는 글을 발표해 김규남 의원의 죽음을 애도하고, 2년 뒤 같은 글을 자신의 책에 다시 실어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했다는 이유로 1975년 구속기소 됐다.

재판에서 한 변호사는 "사형 제도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호소력을 높이기 위해 수필체로 풀어쓴 일반론적인 글일 뿐이며 특정인을 지칭한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1심은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고, 2심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한 변호사는 집행유예로 풀려날 때까지 9개월 동안 구치소에 수감됐으며 8년 동안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후 숨진 김규남 의원에 대해 재심이 청구돼 무죄가 확정되자 한 변호사는 재심을 청구했다. 김 의원은 영국에 유학하면서 이적활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972년 7월 사형당했지만, 대법원은 2015년 2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한 변호사는 동백림 간첩단 사건, 김지하 시인의 '오적' 필화사건 등을 변론하는 등의 활동으로 '시국사건 1호 변호사'로 불린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때는 공범으로 몰려 투옥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8∼1999년 감사원장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장을 역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에 선거 캠프의 통합정부자문위원단장으로 활동했다.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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