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 미군 용사 손자가 전한 한국전쟁의 '색'과 '빛'

입력 2017-06-23 07:00   수정 2017-06-23 09:10

6·25 참전 미군 용사 손자가 전한 한국전쟁의 '색'과 '빛'

재한 영어 강사 윌리엄 노트, 67년전 희귀 컬러 사진 공개 "제 생일도 6월 25일"

(고양=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6ㆍ25 전쟁 때 참전했던 미군 용사가 찍은 컬러 사진이 67년이 지나 한국에서 처음 공개됐다.

당시를 기록한 사진으로서는 드물게 흑백이 아닌 색과 빛을 담은 점이 눈길을 끈다. 또, 사진이 공개되는 과정에 얽힌 이들 집안과 한국의 인연도 흥미롭다.

"사진 속 비포장도로와 총알 자국이 난 건물들,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저의 첫인상이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도시가 발달한 한국을 처음 봤을 때는 깜짝 놀랐죠."






지난 21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만난 로버트 윌리엄 노트(30)씨는 연합뉴스 취재진에게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가 보여준 사진은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한국인의 눈길을 끌 만했다.

시장으로 보이는 거리는 남녀로 분주하다. 머리에 물건을 이고 가는 아낙네들과 부모와 함께 나온 소년, 소녀의 짧은 머리가 눈에 띈다.

먹거리를 들고나온 여인들과 지게를 지고 분주히 움직이는 장정의 표정은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어린 남학생의 표정은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다른 사진에서 보이는 총알 자국이 난 건물과 거리를 걷는 군인들이 사진의 배경을 짐작게 한다.





사진들은 로버트와 이름이 같은 할아버지가 미 육군 25사단 소속으로 6.25 전쟁에 참전했을 당시 찍었다.





사진이 찍힌 장소와 시점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당시 전황과 사진에서 보이는 성당 건물의 모양, 간판에서 보이는 지명 등을 봤을 때 강원도 춘천지역으로 추측된다.

30여년 전 돌아가신 로버트씨의 할아버지는 자녀들에게 사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그는 생전에 사진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항상 최신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가는 곳마다 사진을 찍었다.






그는 18살 때 나치와 싸우겠다며 나이를 속이고 자원입대해 2차대전에 참전하는 군인이 됐다. 한국에는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와서 약 1년간 북한군과 싸웠다.

이후 미국에 돌아온 그는 경찰 생활을 하다 1986년 숨졌다. 그가 한국에서 찍은 귀한 사진들도 뉴욕에 있는 그의 집 앨범 속에서 잊혀갔다.





사진은 우연한 계기로 다시 세상에 나왔다. 뉴욕에서 대학을 다니던 손자 로버트 씨는 우연한 기회에 한글을 배우며 한국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평생 미국 동부를 벗어난 적이 없었고 한국에 대해서도 북한 핵 문제 말고는 아는 바가 없었지만, 저도 모르게 한국에서 일하며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가 한국에 간다고 하자 할머니가 걱정 반, 격려 반으로 꺼내 보여준 사진이 바로 이 사진들이라 한다. 로버트는 이 사진들 보며 한국이 어떤 곳인지 학습했다.

로버트는 현재 9개월째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지내고 있다.

로버트는 "사진이 컬러인 데다 워낙 생생해서 먼 옛날이라는 느낌이 안 들었다"며 "한국에 대해서는 좀 더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생일이 6월 25일이라는 로버트는 "우리 집안과 한국은 운명적인 관계가 있는 것 같다"며 "할아버지가 사진 찍은 곳이 춘천이라 하는데, 꼭 찾아 방문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jhch79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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