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어업유산]⑥ '독 안에 든 쥐처럼 물고기를 가둔다'…독살

입력 2017-07-02 09:25   수정 2017-07-02 09:39

[소중한 어업유산]⑥ '독 안에 든 쥐처럼 물고기를 가둔다'…독살

어업 기능 상실해 현재는 체험 대상…원형 보존 필요

(신안=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독살이라고 하니 독을 묻힌 작살쯤을 연상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독살은 '돌로 막은 어살'을 뜻한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어살은 물고기를 잡는 데 사용하는 발 형태의 도구다.

'독 안에 든 쥐'처럼 물고기를 가둔다 해서 독살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도 어민들 사이에는 전해진다.

독살어업은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전통 어법이다.

독살은 석방렴(石防簾)이라고도 불린다.

수심이 얕은 바다에 반원형 돌담을 쌓아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에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가두는 방식이다.

리아스식 해안이 발달하고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 서남해안에서 성했다.

최대 밀집지역으로 알려진 충남 태안 별주부 마을에서는 지금도 독살어업을 체험할 수 있다.


전남에서는 무안, 해남, 신안 등지에 많았다.

통상 100m 안팎, 긴 것은 300m에 달하는 독살은 "텃논 서 마지기와도 바꾸지 않는다"고 할 만큼 재산 가치가 크고 상속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구가 발달하고 어족 자원이 줄어들면서 더는 효용성이 없어졌다.

대규모 간척지 개발, 남획 등으로 어업으로서 기능도 차츰 상실해 1970년대 이후에는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췄다.

신안군 안좌면 한운·사치 마을에는 800여m 독살이 형성됐지만, 방조제 공사 과정에서 상당 부분 쓸려나갔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조선 후기에 지게를 이용하거나 치마폭에 돌을 담아 쌓았다고 한다.

사치 마을은 1972년 전교생 60명 규모 사치 분교가 제1회 전국 소년체전 농구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름을 알린 곳이다.

당시 '섬개구리 만세'라는 영화의 무대였다.

이 영화는 지난 4월 별세한 배우 김영애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베를린 영화제에까지 출품됐다.

사치 마을 주민 김재광(59)씨는 "일제강점기 때 잠정폐쇄된 뒤 개보수가 되지 않아 현재는 독살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잘 활용한다면 마을 관광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안군 자은면 한운리 둔장 마을에도 100m 남짓 독살이 남아있다.


어촌체험 마을로 지정되면서 복원이 시도됐지만, 마을 주민은 원형과 다른 데 대해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돌담을 쌓을 때는 사람이 옮길 수 있는 크기의 돌을 써야 하는데 복원 과정에서는 1∼2t 무게 돌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둔장 마을 주민 강정원(69)씨는 "지나치게 큰 돌로 담을 쌓다 보니 물이 여러 군데로 빠지지 못한다"며 "지금은 어업에 활용하지 않지만, 후손들에게 제대로 된 전통 유산을 물려주도록 원형과 가까운 형태로 다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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