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07' 김국영, 볼트와 '동반 질주' 가능할까

입력 2017-06-29 08:51  

'10초07' 김국영, 볼트와 '동반 질주' 가능할까

은퇴 시즌 볼트, 10초03·10초06으로 컨디션 조율

런던세계선수권이 김국영의 '볼트 동반 질주' 마지막 기회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수년간 '볼트 대항마'로 살아온 저스틴 개틀린(35·미국)은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끝난 뒤 "누구도 '볼트를 이기겠다'고 말하지 못한다"고 했다.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는 그만큼 위대한 스프린터다.

볼트와 동시대를 사는 단거리 선수들 대부분이 볼트를 '극복의 대상'이 아닌, '함께 뛰기만 해도 영광인 선수'로 여긴다.

한국 최고의 스프린터 김국영(27·광주광역시청)도 볼트와의 동반 질주를 꿈꾼다.

기회는 자신이 만들었다. 김국영은 27일 강원도 정선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코리아오픈 국제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 결승전에서 10초07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국신기록 달성과 동시에 런던 세계선수권대회 기준 기록(10초12)도 통과했다.

볼트는 8월 열리는 런던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나면 은퇴한다.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다른 조에 속한 볼트를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김국영은 런던 대회에서 마지막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기회를 늘리는 건, 김국영의 몫이다. 아직 세계선수권 남자 100m 참가 선수 명단은 확정되지 않았다.

기준 기록을 통과하는 선수가 많은 나라는 팀당 3명씩 100m에 출전할 수 있다. 육상 약소국에서는 기준 기록 통과가 곧 런던 대회 출전권이다.

자메이카는 자국에서 열리는 육상선수권에 참가해야 세계대회 출전권을 준다. 하지만 볼트는 예외다. 자메이카육상연맹은 이미 볼트에게 '와일드카드'를 주기로 했다. 이견도 없었다.

볼트는 11일 자메이카 킹스턴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자메이카 국제육상대회 레이서스 그랑프리 남자 100m에서 10초03을 기록, 기준 기록을 통과했다.

29일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골든스파이크 대회 남자 100m에서는 10초06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시즌 최고 기록만 놓고 보면 볼트와 김국영의 격차는 0.04초다.






물론 김국영과 볼트는 준비 과정이 다르다.

기준 기록 통과가 목표였던 김국영은 27일 코리아오픈 국제육상경기대회를 '기록 달성의 최적기'로 보고 몸 상태를 끌어 올렸다.

볼트는 올 시즌 단 두 차례의 100m 경기를 치렀다. 몸을 만드는 과정이다.

누구도 볼트가 8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초대에 머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볼트 자신도 골든스파이크 대회가 끝난 뒤 "나에 대한 걱정은 언론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국영의 10초07과 볼트의 골든스파이크 대회의 10초06을 같은 기준으로 바라보기도 어렵다.

김국영은 당시 초속 0.8m의 뒷바람을 받고 뛰었다. 환경적인 부분도 김국영을 도왔다.

반면 볼트는 맞바람 0.3m를 안고 뛰었다. 평소에도 출발 반응 속도가 느린 편이지만, 이날은 8명 중 가장 늦게 스타트 블록을 차고 나올 정도로 여유 있게 스타트해 기록에서 손해를 보기도 했다.

한국 육상에 '9초대 진입'이란 희망을 안긴 김국영에게 볼트와의 동반 질주는 값진 경험이 될 수 있다.

런던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m 예선은 8조로 치를 가능성이 크다. 운이 따라야 김국영은 볼트와 한 조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다.

확률을 높이는 건 김국영의 몫이다. 김국영이 자신의 목표대로 준결승에 진출하면 볼트와 함께 뛸 확률이 2배 이상 커진다. 일반적으로 메이저대회 남자 100m 준결승은 3개 조로 편성한다.

그동안 김국영은 빠른 출발 반응 속도와 20∼30m 가속이 돋보인 스프린터였다. 그러나 '9초대 기록'을 가슴에 품으면서 출발보다 후반 레이스 가속에 전념하는 훈련을 했다. 그 효과가 나타나면서 한국인 최초로 10초0대 기록을 세웠다.

이런 변화로 김국영의 레이스는 볼트의 경기 운영과 닮아간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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