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은 다 똑같다?…"길고 무거운 북부, 짧고 가벼운 남부"

입력 2017-07-01 10:10  

낫은 다 똑같다?…"길고 무거운 북부, 짧고 가벼운 남부"

김효경 한남대 강사 '민속학연구'에 논문 발표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낫 놓고 기역(ㄱ) 자도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다. 기다란 나무 손잡이에 구부러진 쇠붙이를 끼운 낫을 보면 기역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오랫동안 사용된 철제 농기구인 낫의 형태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효경 한남대 강사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지난달 30일 발간한 학술지 '민속학연구' 제40호에 실린 논문 '전통 낫의 형태와 원리 연구'에서 농업환경이 현대화되지 않았던 1970년 이전의 낫을 지역별로 분석해 북부에서는 길쭉하고 무거운 낫을 쓴 반면, 남부에서는 짧고 가벼운 낫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강사는 낫의 모양을 나무 손잡이, 쇠붙이 중 손잡이에 연결된 부분인 낫목, 쇠붙이에서 수직으로 꺾인 부분인 낫날로 나눠 살펴봤다.

먼저 강원도와 경기도 북부, 충청북도 북부에서 사용했던 북부형 낫은 낫날의 길이가 짧은 반면 낫목과 손잡이는 길었다. 이 지역의 낫 길이는 42.5∼48.5㎝였는데, 북쪽으로 갈수록 낫의 길이가 길어지는 경향을 띠었다. 북부형 낫의 또 다른 특징은 나무를 쳐낼 수 있도록 낫목에 날이 서 있다는 점이었다.

경기도 남부, 충청남도, 충청북도 남부, 경상북도 북부에서 확인된 중부형 낫은 북부형 낫과 비교하면 낫목이 짧고 낫목의 날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경상북도 남부와 경상남도, 전라도에서 쓰인 남부형 낫은 모양이 크게 달랐다. 김 강사는 "남부형 낫은 낫날과 낫목이 가늘고 손잡이가 짧아 날렵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남부형 낫의 길이는 32∼35㎝로 북부형 낫에 비해 10㎝ 정도 짧았고 무게도 가벼웠다.






이렇게 지역에 따라 낫의 길이와 형태, 무게가 차이가 난 이유는 무엇일까.

김 강사는 기르는 작물과 농업환경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부형 낫을 쓴 지역은 논이 적고 화전의 비율이 높다"며 "보리, 옥수수, 수수 등 줄기가 질긴 밭작물을 주로 재배했기 때문에 내리찍을 때 강한 힘이 들어가는 낫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부 지역에서는 논농사가 발달했고, 단위 면적당 생산량도 많아서 작업상 편의성이 중시됐다"며 "벼 베기에 최적화된 남부형 낫은 오랜 작업시간을 고려해 소형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강사는 한반도 해안과 섬 지역에서는 독특한 낫이 쓰였다고 말했다.

예컨대 충남과 전북의 서해안에서는 낫날이 둥그렇지 않고 일자형인 낫을 즐겨 썼고, 전라남도의 도서 지방에서는 낫날이 매우 짧은 낫을 만들어 나무를 칠 때만 사용하기도 했다.

김 강사는 "농기계가 보급된 뒤에는 대장간이 소멸해 전통적인 낫이 거의 생산되지 않았다"며 "저렴한 가격에 수입되는 낫은 대부분 북부형 낫"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낫은 지역별 필요성에 맞춰 변해 왔고, 그 변화상에는 선조들이 경험을 통해 체득한 과학원리가 투영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속학연구 제40호에는 북한의 농악, 1973년 이전 한강에서의 얼음낚시, 24절기와 세시 체계의 의미 등 다양한 주제의 논문이 실렸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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