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문학 거장들이 들려주는 세상과 음악 이야기

입력 2017-07-01 14:00  

프랑스문학 거장들이 들려주는 세상과 음악 이야기

르 클레지오 '발 이야기…'·파스칼 키냐르 '음악 혐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7)와 파스칼 키냐르(69). 동시대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두 작가의 책이 나란히 국내 독자를 찾아왔다.

르 클레지오의 '발 이야기 그리고 또다른 상상'(문학동네)은 단편소설 9편과 에세이 1편을 묶은 작품집이다. 작가가 20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3년 동안 쓴 작품들을 모았다.

'황금 물고기'와 '사막', '허기의 간주곡' 등 여러 전작처럼 여성 화자가 자주 등장한다. 여성들은 가난 혹은 결핍을 안고 태어나 불안하고 비극적인 상황에 놓이지만, 의연하게 맞서 역경을 극복한다.

표제작인 '발 이야기'에서 젊은 여성 유진은 남자친구였던 사뮈엘을 떠나보내고 그와 함께 갔던 장소들을 누비면서 과거를 직시하고 자신을 찾아간다. '바르사, 아니면 죽음을'에서는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여정에 만난 파투와 시타를 통해 여성들 사이의 우정과 연대를 그린다. 두 사람은 말이 통하지 않지만 공책에 이름을 적어가며 마음을 나눈다.





작가는 여성 인물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신의 문학세계가 할머니에게 크게 빚졌다고 말한 바 있다.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들로 어려운 시기를 견뎠고 문학의 모태가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여성의 사회적 위상을 증언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내면의 감각과 정서를 파고든다. 유진이 하이힐을 처음 신었을 때 느낌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녀는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자신이 더 크고 더 날씬하고 더 고귀한 것처럼 느껴졌다. 하이힐 굽이 12센티미터쯤 됐는데 돌연 바닥이 멀어지면서 가벼워졌다."

유난히 한국을 사랑하는 작가는 2007년 이화여대 초빙교수로 재직했고 올해 하반기에는 한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 소설 '빛나 언더 더 스카이'(Bitna under the Sky·가제)를 낼 계획이다. 이번 작품집에도 작가의 눈에 비친 서울의 모습을 찾아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정희경 옮김. 432쪽. 1만5천500원.






파스칼 키냐르가 1996년 발표한 '음악 혐오'(프란츠)도 나왔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음악교육을 받았고 베르사유 바로크 음악페스티벌을 기획하기도 한 작가다. 하지만 제목은 반어법이 아니다. 길바닥 돌멩이처럼 흔해져 버린, 듣기 좋은 음악이 혐오의 대상이다.

"음악이 드문 것이었을 때, 음악의 소환은 대단히 놀라운 것이었다. 정신을 어지럽히는 유혹 같은 것이었다. 음악이 끊임없이 흐르게 되자 그것은 혐오스러운 것이 되었다. 침묵이 모두가 부르짖는 장엄한 것의 자리에 놓였다."

작가는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를 넘나들고 신화와 역사, 형이상학적 사유를 동원해 음악의 본질을 탐구한다. "음악과 공포, 이 두 단어는 영원히 결속된 것만 같다." 고대의 현악기 리라가 짐승을 겨냥하던 활에서 유래한 점을 보더라도 음악은 공포와 죽음을 배경으로 태어났다.







근대의 음악은 어떤가. 독일인의 유대인 학살에 협력한 유일한 예술 장르가 음악이었다고 작가는 지적한다. 나치는 음악을 선전에 이용했다. 수용소에서는 수감자들을 극도의 무기력과 신체적 복종 상태로 몰아넣는 도구였다. 프리모 레비는 음악에 대해 "생각을 없애고 고통을 완화하는, 끊임없는 리듬의 최면 상태"라고 썼다. 귀에는 눈꺼풀이 없으므로, 음악은 청자를 복종시킨다.

작가는 중세 신비주의 사상가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말을 빌어온다. "아무 것도 듣지 말라." "음악으로부터 멀어지라." 매끈하고 듣기 좋은 형태로 산업화한 오늘날 음악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김유진 옮김. 304쪽. 1만7천800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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