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여당에 압승 고이케"…도쿄도지사 개혁이미지로 승승장구

입력 2017-07-02 21:31  

"日여당에 압승 고이케"…도쿄도지사 개혁이미지로 승승장구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대중 열광 속 향후 행보도 주목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2일 실시된 일본 도쿄도(東京都) 의회 선거에서 지역정당 '도민우선(퍼스트)회'가 집권 자민당을 누르고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지사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작년 9월 고이케 지사가 만든 정치인 양성소 '희망의 주쿠(塾)'를 운영하는 정치단체인 도민우선회가 발족해 올들어 지역정당활동을 시작했고, 여기에 고이케 지사가 지난달 1일 정식 대표로 취임해 이번 돌풍을 몰고 왔다.

단기간에 도민우선회가 민심을 파고든 데는 고이케 지사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관측된다.





◇ 지난해 8월 취임해 개혁 이미지로 민심 파고들어

고이케 지사는 지방자치법 시행에 따라 1947년 도쿄도 지사를 선거로 뽑기 시작한 이후 첫 여성 지사이다.

오래 몸담은 자민당의 지지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고이케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보란 듯이 작년 7월 31일 도쿄도지사에 당선됐다. 자민당 후보가 패한 데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해 8월 2일 취임한 고이케 지사가 내건 기치는 정보 공개와 투명성, 행정 개혁이었다.

그는 같은 달 관광 명소인 일본 최대 수산물시장 쓰키지(築地)시장의 이전을 연기했다. 당초 지난해 11월 고토(江東)구 도요스(豊洲)로 이전할 예정이었지만 안전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이 문제는 이전 예정지의 성토 조성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기준치의 79배가 넘는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등 안전성과 오염대책을 둘러싼 논란으로 확산했다.

결국, 2008년 당시 지사였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전 지사에게까지 불똥이 튀었고 이시하라 전 지사는 올해 3월 이 문제로 도의회에 소환되기까지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고이케 지사는 최근 쓰키지시장을 당초 이전 예정지인 도요스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후속조치가 미뤄진다는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도의회 선거를 의식한 결정으로 관측됐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해 지사 선거 시 공약대로 자신의 급여를 절반으로 삭감했으며 도의회에 의석을 가진 각 정당의 요구를 예산에 반영하는 일종의 쪽지예산인 '정당부활예산'을 폐지했다. 올림픽 개최 비용도 절감하겠다고 선언했다.

심각한 아동 보육시설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2019년 말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도쿄를 국제 금융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주로 민생과 복지, 도시정책에 관심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 아베의 추락속 인기 쑥쑥…'고이케 극장' 신조어도

고이케 지사가 행정 개혁 이미지를 끊임없이 강조하고 이러한 모습이 미디어에 계속 비치자 일본 언론에선 '고이케 극장'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2005년 총선 때 신인을 후보로 내세웠을 때 '고이즈미 극장'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바 있다. 당시 언론은 고이즈미가 총애하는 인물로 꼽혔던 고이케가 '자객'으로 투입돼 승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 지사 취임 후 고이케 지사가 잇따라 개혁 정책을 내걸면서 여론조사에선 이미 그의 인기가 증명됐다.

산케이(産經)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지난해 9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고이케 지사의 취임 후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비율은 86.3%를 기록했고 8%만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이케 지사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정치 분야로도 이어졌고 지난해 11월에는 그가 정치인을 양성하고자 개설하겠다고 밝힌 주쿠에 전국에서 신청자가 4천명을 넘어섰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고이케는 아베의 정적으로 부상했다.

올들어 아베 총리가 모리토모(森友)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 문제, 친구가 이사장인 가케(加計)학원의 학부 신설에 영향력을 끼쳤다는 의혹으로 한때 60%를 웃돌던 내각 지지율이 낮게는 36%(마이니치신문 조사)까지 추락하면서 고이케 지사는 오히려 '클린(clean) 이미지'로 대중에게 부각됐다.

여기에 여당 지원 유세를 하던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이 "자위대로서 (지원을) 부탁한다"고 발언하는 등 아베 총리 측근들의 실언이 이어진 것도 고이케 지사 측에는 호기로 작용했다.

교도통신이 지난달 25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도민우선회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26.7%)가 자민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25.9%) 비율을 제쳤다.




◇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아베와 협력 여부 등 향후 행보 주목

고이케 지사는 남성 중심의 정계에서 독특한 경력을 바탕으로 인지도를 높여온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아베 총리의 1차 집권 당시인 2007년 7월 방위상을 맡는 등 일본에서 흔치 않은 여성 정치인이다. 아랍어 통역사, TV 진행자, 특명대신, 환경상, 중·참의원 등을 지냈다.

효고(兵庫)현 출신으로 간사이가쿠인(關西學院)대 사회학부에 입학했다가 "유엔 공용어에 아랍어가 추가될 것"이라는 신문기사를 보고 학교를 중퇴하고 이집트 카이로로 유학을 떠났다.

카이로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아랍어 통역 활동을 하다가 1979년부터 니혼TV, TV도쿄 등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유명해졌다.

1992년 당시 일본신당 후보로 비례대표 참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듬해 참의원을 사퇴하고 중의원 선거에서 효고현2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중의원에서 8선을 기록했다. 소속 정당이 이합집산하면서 일본신당, 신진당, 자유당, 보수당 등을 거쳐 자민당으로 옮기게 됐다. 일각에선 여러 당을 돌며 권력 주변을 맴돌았다는 비판도 받았다.

2003년 고이즈미 전 총리 내각에서는 환경대신을 3년간 역임했다

2012년 아베 총리와 경쟁하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당시 지방창생담당상을 지지하며 비주류의 길을 갔지만 지난해 도쿄 지사로 취임하면서 화려하게 복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긍정적 평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투병생활을 했던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는 지난 4월 수기를 통해 그를 비판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을 맡은 그는 고이케 지사와 사사건건 대립했으며 도쿄도를 대신해 일해줘서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이케 지사는 "위안부 강제 연행은 없었다"고 발언한 적도 있고, 지사 취임 후 전임 지사의 제2한국학교 부지 유상 대여 방침을 백지화하는 등 극우 행보를 보여왔다.

여성 최초의 총리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된 가운데 이번 선거전에서 서로에 대한 직접적 비난을 피했던 아베 총리와의 협력 여부 등을 둘러싸고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js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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