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조선소 폐쇄…"군산 경제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입력 2017-07-03 14:30  

군산조선소 폐쇄…"군산 경제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근로자 4천709명 실직…식당·상가·원룸 '휘청'

(군산=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일감 부족으로 지난 1일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군산 경제의 4분의 1을 지탱한 군산조선소의 폐쇄로 지역 경제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지난해 이맘때 5천명을 웃돌던 군산조선소에는 설비와 공장 유지보수, 청소 등을 담당하는 인력 50명만 남게 된다.

근로자 대량 실직과 협력업체 줄도산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한 사내협력업체 직원(38)은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텼지만, 이제는 언제 재가동할지 모르는 조선소만을 바라볼 수 없어 새 일을 찾으려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가동 중단 소식이 돌던 지난해 말부터 근로자들이 빠져나가면서 군산조선소와 인접한 오식도동 상가, 식당, 원룸, 상업시설 등은 1년 만에 옛 영화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썰렁해졌다.

오식도동은 2010년부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하면서 조선업 종사자, 산업단지와 건설사 근로자, 외국인 근로자로 붐벼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 10월께부터 점차 그 열기가 식어갔다.

그러더니 지금은 그 많던 손님이 어디로 갔는지 찾아보기 어렵고 곳곳에 '임대','매매','할인'을 내건 건물이 쉽게 눈에 띈다.






3일 정오께 오식도동 한 식당에는 좌석 30여석 가운데 불과 세 자리만 점심 손님이 앉아 있다.

식당 여주인(41)은 "작년 크리스마스 전후부터 손님이 줄더니 온종일 30석도 채우기 힘들다. 이제 이곳은 끝난 것 같다"며 군산 시내나 전주로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42)씨는 "하루 총 매출이 50만원이 안 돼 원가와 이것저것 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며 "불과 1년 사이에 이렇게 망가질 줄 몰랐다"고 한탄했다.

조선소와 일용직 근로자들이 주로 사는 원룸촌도 바닥 없이 추락하고 있다.

550가구가량인 오식도동 일대 원룸 공실률은 50%를 훌쩍 넘어섰다.

40만원하던 원룸 월세는 30만원에서 최근 5만∼10만원이 또 떨어져 20만원대로 추락했다.

부동산업자 송모(48)는 "지난해 이맘때부터 군산조선소 근로자가 줄기 시작하고 건설경기마저 안 좋아져 하루에 서너 명이 물어만 볼뿐 계약은 하지 않는다"고 울상을 지었다.

근로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군산조선소 부근와 오식도동에는 '일자리를 잃은 조선 기술자들은 눈물로 재가동을 염원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오늘도 빗속에 나부낀다.





k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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